“미국도 논란이라는데…” 한국으로 퍼지는 ‘팁 문화’
“미국도 논란이라는데…” 한국으로 퍼지는 ‘팁 문화’
  • 김다솜
  • 승인 2023.11.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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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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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등 외국에서만 접했던 팁 문화가 국내에서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최근 배달앱에 입점한 모 음식점은 ‘사장님 힘내세요’, ‘소상공인 지원 금액’ 등의 메뉴를 신설해 논란이 됐다. 음식값과 배달비를 제외하고 팁 개념으로 추가 금액을 지불할 수 있는 메뉴를 넣은 것이다.

배달앱 측은 이같은 팁 메뉴 신설이 운영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라며 메뉴 이름에서 ‘팁’, ‘용돈’ 등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칙어로 설정해놓고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시 삭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표현의 팁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어 배달앱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같은 팁 관련 논란은 계속되는 중이다. 서울에 한 유명 베이커리는 계산대 위에 팁 박스를 올려놨다가 비판을 받았다. 해당 베이커리 측은 ‘인테리어 개념’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자 팁 박스를 없앴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식당 사장은 “거스름돈이 부족해 그냥 팁이라고 생각하고 달라 했더니 난리를 피우더라”며 “고작 몇천원 가지고 구질구질하게 군다”는 불만글을 올려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카카오택시가 ‘팁 지불 서비스’를 시범 도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사님이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했을 때 팁을 받는 경험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서비스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팁 문화가 강요가 아닌 줄 알지만 불쾌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배달앱의 경우 서비스가 이뤄지기 전 결제를 하는 시스템인 만큼 팁을 주냐, 안 주냐에 따라 서비스 질이 달라질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이같은 팁 문화가 퍼질 경우 해외와 같이 반강제적인 시스템으로 고착될 것 같다는 우려의 반응도 있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실시한 국내 팁 문화 도입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적극 수용 가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에 불과했다. 

팁 문화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최근 불만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지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가 “5년 전보다 팁을 요구하는 곳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는 키오스크 화면에서 금액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의 팁을 요구하는 곳들이 늘고 있어서다. 응답자의 40%는 “식당·가게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해진 금액을 팁으로 먼저 요구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답했으며, 팁 제안을 ‘찬성한다’는 답변은 24% 수준에 그쳤다. 

미국 CBS는 “팁은 역사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보상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식당이나 미용실, 택시 등 ‘감사의 표현’이 직원의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종에서만 요구됐었다”며 “그런데 디지털 결제기기 도입 이후 아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소액 결제 건에 대해서도 15~25%의 팁을 요구하게끔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 식품위생법은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가격표에 표시된 가격은 봉사료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하며 팁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경우 위법 소지가 될 수 있다. 다만 강제성이 없다면 법 위반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