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댕댕이가 돌아왔어요’..반려견 복제, 논란 위에 
‘우리 댕댕이가 돌아왔어요’..반려견 복제, 논란 위에 
  • 김다솜
  • 승인 2024.01.12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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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예드 티코
유튜브 동영상 캡쳐화면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

얼마 전 한 반려동물 유튜버가 게재한 동영상이 화두에 올랐다.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동영상에는 1년 전 사고로 잃은 반려견을 복제한 강아지 2마리를 입양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펫로스(반려동물이 죽은 뒤 경험하는 상실감 등의 정신적 어려움)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반려견 복제 결정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생명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가 올린 영상과 게시글 등에 따르면 채널 운영자는 지난해 11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반려견 티코를 잃은 뒤 심각한 펫로스를 겪다 민간업체에 복제를 의뢰, 티코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 사모예드 2마리를 입양했다. 

채널 운영자는 영상을 통해 “언젠가 먼 미래에 티코가 떠나게 된다면 티코를 꼭 복제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헤어짐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며 “티코의 복제를 의뢰했고 티코와 다시 만나게 됐다. 티코는 건강하게 두 마리로 태어나 3개월 차에 제게로 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는 복제를 알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펫로스를 극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영상은 업로드와 동시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졌다. 펫로스는 감당 못할 슬픔으로 복제 결정을 이해하고 지지한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반려견 복제 과정에서 다른 개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므로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다수였다. 

이에 대해 이 유튜버는 추후 추가 영상과 댓글 등을 통해 “과거 복제 연구 초기에는 1회 이식을 위해 10마리의 난자 공여견과 1마리의 이식 대리모견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체세포 핵이식 기술의 발전으로 1마리의 난자 공여견에서 충분한 수의 난자가 확보된다면 현재의 기술로 총 2마리만 있으면 1회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티코의 복제 과정에서 사망한 개는 단 한 마리도 없다”며 “복제 비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로 제 유튜브 수익은 반의 반의 반에서도 한참이나 모자라는 금액이다. 유튜브를 위해 투자할 만한 금액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유튜버가 복제를 의뢰한 기업의 홈페이지에 안내 문구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복제로 태어난 강아지가 고객에게 납품됐을 때 복제로 인한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고객 의사에 따라 회수 여부를 결정하고 재복제를 진행한다’고 기재돼 있다. 

유튜버가 반려견 복제를 의뢰한 A기업의 홈페이지 캡쳐화면
유튜버가 반려견 복제를 의뢰한 A기업의 홈페이지 캡쳐화면

 

“펫로스 겪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한 산업” 비판 제기

과학계에 따르면 체세포 복제 기술을 통해 태어난 개는 유전적으로 원본과 99% 수준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핵을 제거한 난자 세포질 미토콘드리아에 DNA가 미량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100% 같은 개체는 아니다. 

개의 체세포 복제에는 복제 대상, 난자 제공견, 대리모 등이 필요하다. 난자 제공견에서 추출한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원본 개체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한다. 이를 수정란으로 발달시켜 대리모 개에 착상시켜 키우면 원본 개체와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동물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패가 일어나면 난자 공여 동물, 대리모 동물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동물보호단체는 이 지점을 두고 생명을 경시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반려견 복제를 위해 난자를 채취당하고 대리모 역할의 개들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유일한 나의 반려동물은 복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성명문을 통해 “복제견 한 마리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의 개들이 사용되는지, 그렇게 사용되는 개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사용 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다”며 “오로지 복제 실험을 하는 업체만 정보를 소유할 뿐 어느 누구에게도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펫로스를 겪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용해 또 다른 산업이 태동하려 한다”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 돈과 산업으로 인간의 욕망을 뿌리내리기 위해 또다시 생명을 전선에 앞세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

이 단체는 이후 허가를 받지 않고 반려동물을 생산 및 판매한 혐의로 해당 업체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해당 업체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확인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한 결과 업체가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업체는 동물과 관련해 질환동물 대량복제 시스템 개발 및 판매업, 애완용 동물 및 관련용품 소매업, 동물용 사료 및 조제식품 제조업, 애완동물 장묘 및 보호서비스업 등으로만 등록돼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하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