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오너일가 밀어주다 ‘독불장군’에 ‘스크루지’된 까닭?
현대글로비스, 오너일가 밀어주다 ‘독불장군’에 ‘스크루지’된 까닭?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2.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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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로 정의선 그룹 지배권 강화, 중개수수료 인상까지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 기념식서 국회의원 쓴소리 나오는 이유

현대글로비스가 현대·기아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독불장군식 성장'과 모그룹의 수출입을 대행하는 물류사업에서 과도한 중계수수료 요구 의혹으로 중소 벌크선사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31.88%)인 점을 들어 '일감몰아주기'를 더 강화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며, ‘글로비스 키우기’로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지난 16일 서울 양재동 L타워에서 현대글로비스가 마련한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 기념식에서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중소 물류업체와 일감을 나누기로 약속한 게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보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할 정도였다. 

▲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뉴스1
이런 외부적인 정치ㆍ사회적 시각과 해운업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현대글로비스는 해운업계 맏형  한진해운을 제치고 실적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올 3분기 매출 3조2,55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하면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4,890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영업이익 1,698억 원, 당기순이익 1,498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1%와 22.1% 늘어난 기록을 보인 반면 한진해운은 3분기 영업손실 210억 원(당기순손실  3,176억 원), 현대상선이 영업손실 462억 원(당기순손실 2,780억 원)을 기록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당기순손실이 큰 것은 외화환산손실 탓도 있지만 그만큼 현대글로비스의 성장이 돋보인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실적은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일감몰아주기로 발생한 것. 게다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에 소용되는 철강석과 강판 제품 등의 해상 수출입을 대행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현대제철의 경우 정몽구 회장이 12.52%, 기아차가 21.29%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다시 현대차(33.88%)가 대주주, 현대차는 다시 현대모비스(20.78%)로, 기아차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방식으로 지배되고 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를 피할 수 없다.

특히 현대글로비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2013년 상반기 매출액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94%와 24.62%로 두 회사가 현대글로비스 매출액의 65%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매년 늘어 2012년 기준 각각 3조4,068억 원, 2조5,039억 원으로 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두 부자의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수출 물량의 최소 75%를 처리한다는 약정을 맺었던 해상운송회사 유코카캐리어스는 두 회사에서의 매출액 비중이 2010년 43%에서 2011년 39%, 2012년 34%로 계속 감소했다.

중소 해운업계에 과도한 중계수수료 요구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로 오너(2013년 7월 기준 55.2%)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사례가 대한민국의 중소업체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운송회사가 아닌 화주의 입장으로 현대·기아차에서 확인을 해야한다"고 미뤘고, 현대·기아차 관계자 역시 "현대글로비스의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며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 현대글로비스 김경배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민주당 김영환 의원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을 '안티 글로비스법'이라고도 부른다"는 강도높은 질타를 받았다. ⓒ현대글로비스 홈페이지
또한 17일 해운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그룹 계열사의 수출입을 대행하는 물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글로비스가 국제시세에 비해 과도한 중계수수료를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철광석의 해상운임 비용은 대체로 수입가격의 10%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운임수수료를 정액 1.5 달러/t 로 징수하고 있다"며 "이는 해운업계 중계수수료에 대한 국제시세에 비해 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기준 철광석 국제시세가 109.15 달러/t(한국은행 자료 기준)임을 감안하면 중계수수료 10%를 기준으로 해상운임 비용은 보통 10~11 달러/t인 셈이 된다.

이는 해운업계에 따르면 보통 브로커들이 받는 중계수수료의 국제시세가 보통 운임 매출의 1.25% 수준으로 봐도 현대글로비스의 중계수수료가 국제 브로커 시세보다 10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글로비스는 중소 벌크선사들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주장에 대한 사실여부를 묻는 한 언론 매체에 대해 "그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알려줘야만 사실확인을 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국제시세에 맞춰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편,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은 11조7,460억 원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 간 고작 30억 원을 출자해서 대부분 일감몰아주기로 회사를 키웠다는 시민단체와 관련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현대글로비스 김경배 사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김영환 의원으로부터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을 '안티 글로비스법'이라고도 부른다"는 강도높은 질타를 받았다.

당시 김 사장은 "내년 4월이면 4,800억 원 규모의 일감을 중소기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완료될 것"이라며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을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