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 분신 40대… 끝내 숨져
서울역 고가 분신 40대… 끝내 숨져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4.01.0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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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퇴, 국가정보원 사건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40대 남성이 끝내 숨졌다.

지난 31일 오후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남성의 수첩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담은 글이 발견돼 경찰이 정확한 분신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병원으로 옮겨진 이모 씨(40)씨가 이날 오전 8시 경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전신화상(화상쇼크)으로 숨졌다.

이 씨는 쇠사슬로 손 등을 묶은 채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펼침막 2개를 고가도로 아래로 내걸고 시위를 벌이다 분신했다.

이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최근까지 편의점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신하기 전 이 씨는 유서가 적힌 일기장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로 시작하는 유서를 남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여기에는 최근 대학가 대자보와 유사하게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과 이 씨가 가족에게 “슬퍼하지 말고 행복하게 기쁘게 갔다고 생각하라”고 적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해 3천만 원의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빚에 대한 부담이 자살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는 유족 간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정확한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고인의 친형과 함께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죽음과 부채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씨가 가족에게 3통, 도움받은 분들에게 2통, 국민에게 2통의 유서를 각각 남겼다”며 “유서에는 정부 실정을 비판하고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과 주저함을 내가 다 안고 갈 테니까 일어나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날 이 씨의 빈소가 마련된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는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정계 인사 등 200여 명이 찾아와 조문했다.

28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시국회의는 장례식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례는 오늘부터 4일간 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며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하고 고인은 광주 망월동 구 묘역에 안장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