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 만기자들 '도약계좌 5년은 너무 길어'..주식·코인에 눈길
청년희망적금 만기자들 '도약계좌 5년은 너무 길어'..주식·코인에 눈길
  • 정단비
  • 승인 2024.04.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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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계좌를 바라본다는 청년도약계좌. 청년들에게는 5년 만기라는 부담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년희망적금 만기 예정자들이 청년도약계좌로 연계 가입할 것이라는 추측과는 달리, 희망적금에서 도약계좌로 연계 의향을 가진 청년은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이 중장기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상품이다. 20세~34세의 청년이 월 40만~70만원을 납입하면 월 최대 2만4000원의 정부지원금을 지원하고, 만기 5년을 채울 경우 이자소득 등엔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다.

청년희망적금 만기예정자는 청년도약계좌에 일시납입을 신청할 수 있다. 이때 일시납입금액은 200만원 이상부터 만기수령금 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 가능하다. 

정부는 청년들이 5년 만기에 부담을 느낄 것을 인지하고 3년 이상 가입을 유지하는 경우 중도해지하더라도 이자소득세(세율 15.4%)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컨슈머인사이트
ⓒ컨슈머인사이트

하지만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20~34세 소비자 중 청년희망적금을 만기 수령(27.2%)했거나 만기 예정(5.9%)인 사람은 3명 중 1명꼴(33.1%)인 가운데, 만기액을 청년도약계좌로 일시납입했거나 납입의향이 있는 비율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청년도약계좌에 일시납입할 의향이 없는 만기(예정)자의 44%는 만기 수령액을 일반정기예금으로 예치하고자 했다. 

특히 도약계좌 가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로 ‘예치기간(5년)이 너무 길어서’(74%)가 압도적 1등을 차지하면서 금융상황이 유동적인 청년기에 장기간 계좌 유지가 부담인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권, 뭉칫돈 유치 경쟁


희망적금 만기의 다수가 일반정기예금으로 향하자, 은행권에서는 고객 유치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이달 30일까지 예·적금 가입 이력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 우대 쿠폰을 제공하고 있으며, '내 맘 적금'은 최대 5.95% 금리까지 가능하다.

우리은행도 가입 고객 선착순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최고 4.7% 적금금리를 제공하는 'WON적금' 이벤트를 진행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882억원으로 전달(614조2656억원)보다 33조원 넘게 증가했다. 전월 대비 5.5% 증가한 셈이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873조3761억원으로 전월(886조2501억원)보다 12조8740억원 줄었고,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33조2204억원에서 31조3727억원으로 1조8477억원 줄었다.

이에 은행들도 일반정기예금을 하지 않은 희망적금 만기 예정자들을 위해서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 예금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일반 입출금 계좌보다 이율이 높은 파킹 통장을 적극 홍보하고, 희망적금 해지자들에게 우대 금리를 주는 혜택을 주기도 했다.


주식·코인, 짧고 굵은 '도파민 투자' 눈길


업계에서는 지난 2월부터 가상자산, 주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목돈들이 투자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요구불 예금 늘어난 이유도 투자 자금 대기를 위해 빠르게 입출금이 가능한 계좌가 인기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초 2400선이었던 코스피가 2700까지 올랐고, 나스닥 등 미국 증시도 지난해 저점 대비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가상자산의 대표인 비트코인은 한달 새 60%가 오르면서 1억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투자 수단들은 원금을 잃을 수도 있지만 이익을 얻었을 때는 은행의 정기 예금, 적금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한편 지난해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도파민 투자'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숏폼 콘텐츠와 같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등 고자극에 익숙해진 개인투자자들이 고변동 주식을 매매하며 고수익을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1년간 국고채 수익률과 은행 금리 수준이 높아졌다"며 "고물가와 고금리가 고수익을 요구하며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고변동성 주식이 압도적 초과 수익률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도가 늘어나면서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High Risk-High Return)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