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 경쟁업체 디자인 모방…경제민주화 역행?
락앤락, 경쟁업체 디자인 모방…경제민주화 역행?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1.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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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견제와 등록무효 심판 청구…선발업체 횡포 논란

국내 밀폐용기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락앤락(회장 김준일)이 '플라스틱 물병' 디자인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코멕스산업에게 참패했다.

이와 함께 관련업계에서는 락앤락이 과거에도 규모가 작은 경쟁업체를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을 비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진다.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심우용)는 코멕스산업이 락앤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락앤락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물병을 판매한 것에 대해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락앤락은 코멕스산업과 동종 업계에서 플라스틱 물병을 제조해 판매하면서, 제품 생산 이전에 코멕스산업 제품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코맥스산업은 매출은 락앤락에 밀리고 있지만 국내 최초로 밀폐용기를 출시한 바 있다.

앞서 코멕스산업은 2007년 6월부터 '크리스탈 물병'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2008년 특허청에 디자인을 등록했다.

▲ 락앤락이 '플라스틱 물병' 디자인을 놓고 벌인 소송에서 후발주자인 코멕스산업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 락앤락 홈페이지
하지만 락앤락은 2008년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만들면서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했고 코멕스산업의 디자인은 무효가 됐다. 

이에 코멕스산업은 특허심판원의 판단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패소하자 락앤락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

재판부는 이에따라 "두 물병 모두 나선형의 꼬임이나 5각형의 밑바닥 등 전체적 형태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하다"면서 "락앤락이 코멕스산업 제품의 형태를 모방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재 부정경쟁방지법은 특허법이나 디자인보호법보다 선발주자의 창작성을 좀 더 폭넓게 보호하고 있다.

재판부는 "부정경쟁방지법은 여러 사람이 선행 제품을 주지(周知)하거나 출처를 오인ㆍ혼동할 가능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코멕스산업의 물병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그 인기에 편승하지 않았다'는 락앤락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동종의 다른 상품들과는 형태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원고 제품이 모방될 경우에는 경쟁상 불공정이 야기될 것이 명백하므로 상품형태 모방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락앤락은 글라스락을 만드는 삼광유리와 환경호르몬 여부, '락' 상표 침해 논란, 허위 광고 등을 놓고 수년 간 힘겨루기를 한 바 있다.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2011년 당시 기준 락앤락은 국내 매출은 1,969억 원, 삼광유리는 500억 원이다. 수출을 포함하면 락앤락이 4,800억 원, 삼광유리는 940억 원이다. 

당시 삼광유리 관계자는 "후발주자를 견제하기 위해 락앤락이 각종 소송과 법적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락앤락 관계자는 "다른 업체들이 1위 업체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을 쓰고 있다"며 "이미 유럽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있었기에 베낀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락앤락 측 관계자는 "물병 디자인이 '자유실사디자인'으로 디자인 침해가 아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이 법 자체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조항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더욱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