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오너 금고 불리기→ 중소기업 파괴행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오너일가 '곳간 계열사'의 대표격인 현대글로비스가 '일감 몰아주기' 비난을 피하기 위해 약 백억 원 규모의 허위거래로 매출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정몽구 회장(11.5%)과 아들 정의선 부회장(31.8%)이 지분의 43.4%를 갖고 있으며, 2013년 기준 총매출에서 80% 이상이 그룹 내부거래 비중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인 점을 들어 '현대글로비스 끌어안기'로 정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을 강화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 이사와 함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현대글로비스 직원 최모 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2008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149회에 걸쳐 99억4,000만 원 가량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고자동차 해외운송 대행사인 에프앤비로지스틱스(이하 에프앤비)와 계약을 맺고 운송 관련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꾸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을 썼다.
조사 결과 거래는 에프앤비와 일본 소재 자동차운반용 선박을 보유한 해운업체 시도상선(CCCS)의 국내 대리점인 유도해운 두 업체 사이에서만 이뤄졌다.
실제로는 유도해운에 바로 선적을 요청하고, 선하증권을 에프앤비에 발행해주며 직접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글로비스는 에프앤비와 유도해운 사이에서 거래를 중개한 것처럼 계산서를 발행했지만 실제로는 용역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것.
당시 이 이사는 허위 거래 계약서 작성과 계산서를 발급해 현대글로비스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비판을 의식해 현대차 부품 수출업무 외에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영업 영역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유도해운은 현대글로비스와 거래를 트면 더 많은 수출물량을 받겠다는 기대감이 있었고,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이외에 다른 거래선이 있다는 형식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대글로비스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함으로써 매출증가 효과뿐만 아니라 운송대금의 2~3%를 수수료로 떼가면서 2억여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몽구 정의선 오너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43%를 갖고 있다.
이는 공시자료를 통해 현대차와 5조144억 원, 기아차와 3조19억 원에 상당하는 완성차 해상운송, 탁송매출 등의 거래를 했다고 밝히고 있어 두 회사가 현대글로비스 매출액의 62% 이상을 책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매출도 매년 늘어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사실상 개인회사격인 현대글로비스에 일감을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일감몰아주기'로 오너 지배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사례가 대한민국의 중소업체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예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화물운송주선업자로서 역할을 한 것이지 검찰의 말대로 제한적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며 "검찰기소가 되면 규명을 철저히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최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발생한 패착 아니냐는 질문에 "현대글로비스는 애초 사업발생 시기부터 경영권이니 지배권이니 하는 말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지난해 현대글로비스의 매출액은 13조 원을 육박한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0여 년 간 고작 30억 원을 출자해서 대부분 일감몰아주기로 회사를 키웠다는 시민단체와 관련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에게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을 '안티 글로비스법'이라고도 부른다"는 강도높은 질타를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