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아백화점, 자가당착…'신계급주의' 논란
갤러리아백화점, 자가당착…'신계급주의' 논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4.14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객 고급화 전략…오히려 '서민 역차별' 논란 부추켜
휴일, 아무도 모르게 VIP만 우대하다 큰일난 사연

한화 갤러리아백화점(대표 박세훈, 이하 갤러리아)의 고급화 전략, ‘우수고객(VIP) 마케팅’이 정기휴무일에 VIP만 초청한 ‘꼼수 영업’으로 ‘VIP 사랑’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1월 수원점을 비롯해 지난해 12월 압구정 명품관까지 3~4회 이 같이 우수고객(VIP)만을 초청한 뒤 ‘VIP 데이’ 행사를 열어 ‘VIP 전용 영업’이란 불편한 소리를 듣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매년 2∼3회 정기휴무일에 문을 따로 열고 ‘VIP 데이’를 마련해왔다. 그야말로 돈 좀 있고, 돈 좀 쓸 줄 아는 사람들만 불러 모아 벌이는 잔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고객들이 ‘매일 차가워지는 계절…겨울 속에 더욱 빛날 당신을 위해 단 하루의 특별함을 전합니다’라는 붉은색 초대장을 보여주면 백화점 측에서 식사권과 10∼30% 브랜드 할인권, 경품 응모권, 커피 무료 시음권 등으로 교환해준다.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1, 2부로 나뉘어 두 차례 진행된 ‘VIP 초청 행사’에는 수천 명이 몰려든다.

정기휴무 걸고 부유층 ‘쇼핑의 날’… 불황타개 전략
하지만 각종 파격 혜택…서민 역차별 지적

백화점 주차장과 연결된 후문으로 고급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갔다. 여기에는 또 한번의 계급이 나뉘어진다. VIP 행사에 참석한 한 고객의 말에 따르면 이 중에서도 VIP와 VVIP가 나뉘어져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1부(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백화점 측에서 정식으로 초대를 한, 즉 연간 얼마씩 구매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어 “2부(오후 5시부터 8시까지)는 각 브랜드 매장에서 단골이나, 지정된 구매고객을 초대하는 자리”라며 “이런 식으로 고객을 다양화하는 것처럼 해서 지나친 VIP 마케팅이라는 지적을 교묘히 피해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갤러리아백화점의 고급화 전략, ‘우수고객(VIP) 마케팅’이 정기 휴무일에 VIP만 초청한 ‘꼼수영업’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화 갤러리아백화점 홈페이지
갤러리아백화점이 VIP고객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우선 강남 상류층 고객을 불러 모아 불황을 극복한다는 목표 아래 VIP 모시기에 집중했다.

당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을 활용해 연간 3천만 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명절 때마다 유명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보냈다.

갤러리아는 좀 더 고급화된, 최상위 프리미엄 백화점으로 포지셔닝을 가지고 시작했다. 즉, 치열해진 명품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갤러리아백화점은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갤러리아를 운영하는 (주)한화갤러리아는 최근 백화점 상위 3사인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이 강남 부유층을 겨냥한 이런 호황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지만 일각에서는 백화점이 계층을 구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마케팅으로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업을 해야 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돈이 되는 고객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돈 많은 고객과 돈 없는 고객’을 역차별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소비자단체 측은 “정기휴무일에 VIP 고객들만 따로 불러서 영업하는 것은 고객을 대놓고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라며 “갤러리아가 불황 타개를 핑계삼아 영업전략에만 앞장서면서 소득계층 간 위화감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갤러리아 측은 “정기휴무일이 아니라 임시휴무일이었으며, 카드회사나 은행 등에서 진행되는 VIP 행사와 같은 맥락으로 진행되는 VIP 마케팅 일환일 뿐”이었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불공정거래 의혹은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오히려 협력업체에서도 환영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VIP 등급에 대해 “연간 몇 천만 원 이상 쓴 사람만 초대되는 자리가 아니다.생각보다 일반적이고 다양한 고객층도 방문한다”라며 “매출 중 일부를 기부도 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도 활용함으로 너무 안 좋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