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상황…대통령들은 어떤 말들을 했을까?
국가 재난 상황…대통령들은 어떤 말들을 했을까?
  • 강정원 기자
  • 승인 2014.04.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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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대참사 때마다 '인재'니 '천재'니 하는 설명어가 꼬리 붙었고 국민들은 슬픔과 동시에 분노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참사'에 어떻게 반응 했을까? 몇 가지 상황만을 비교해 봤다.

이번 진도 여객선 참사는 300여 명이 실종 상태에서 아직까지도 실종자 수와 사망자 수를 바꾸는 작업만 하고 있다.

정치계 뿐만 아니라 사회 이곳 저곳에서는 이 참사의 책임을 져야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태 수습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위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로 이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모든 책임을 선장과 관계 선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고 분석된다.

▲ 국가적인 재난 상황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대처했던 '말'들이 새삼 비교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뉴스와이어ㆍ데일리팝
이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장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비판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선장을 비난한 것은 옳았나?'(Was Park Right to Condemn Ferry Crew?)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선장과 승무원에 대한 국민적 악감정을 반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도, "정부의 위기대처능력 부족에 대한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온라인 상에서 번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도 박 대통령의 "선장은 살인자 같다"라는 발언을 비판했다. <가디언>은 "서방에서 이 같은 참사에 대해 이런식의 정부 대처는 지도자의 신뢰와 지위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해당 기사에 대한 반응도 다양했다. 그 중 한 독자의 반응은 "박 대통령은 참사 후 무려 6일 동안이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이해 할 수가 없다"며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는게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본인과 정부를 별개로 두는 바람에 일부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아쉽다'고 지목한 부분이다.

다른 대통령은 어땠을까…김영삼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 마디'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대구에선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정신이 이상한 한 사람으로 인해 192명이 사망했고 148명이 부상당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참사와 관련, "죄인된 심정"이라며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하늘을 우러러 보고 국민에게 죄인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 국민소득 1만 달러 목표의 외형뒤에 숨어있는 우리의 진정한 수준이 아닌가 생각돼 부끄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자책했다.

이어 "우리의 시스템과 사회문화가 이 수준에 있다는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선된 지 2달도 되지 않았지만 본인을 죄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지시도 남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충남 태안지역 기름 유출 당시 상황실을 방문하면서 "불가항력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총동원을 하라, 이제는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는다"라고 질책했다.

당시 해양경찰청장은 해상 상태나 경비 문제를 운운하며 수습상황을 보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그런게 어딨냐"면서 "필요한 만큼 다 동원해라"고 공무원들을 독려했다.

역대 대통령 인기투표를 결과 항상 하위에 머룰렀던 김영삼 전 대통령 조차도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이 터지자 참사 장소로 달려가 '사과'부터 했다.

문민정부 출범 첫해, 그러니깐 1993년 10월 발생한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은 사망자만 292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해양사고였다.

YS는  "모든 것이 제 불찰"이라고 사과하며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YS는 당시 황인성 내각을 사퇴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그리고 교통부 장관과 해운항만청장을 사건 하루만에 경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