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여행객을 사로잡는 ‘한류음식’과 ‘문학’
경북 영양…여행객을 사로잡는 ‘한류음식’과 ‘문학’
  • 한수경 기자
  • 승인 2014.05.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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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영양군은 ‘청양고추’의 시배지로 청송군과 함께 우리나라 내륙 오지 중의 하나다. 일각에선 ‘청양고추’가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유래한 품종이며 청양군에서 유독 많이 재배하는 고추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매운’ 청양고추는 한 고추 육종가가 제주산 고추와 태국산 고추를 잡종 교배해 얻은 품종으로 ‘(매운)청양고추’의 최대 생산지는 경남 밀양이다.

어쨌든 이번 여행지인 경북 영양군은 거리 곳곳이 고추 조형물로 고추 산지임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고추 작물 주산지에 또 다른 관심거리가 여행객을 붙잡는다. ‘한류음식’과 ‘문학’이 그 주인공이다.

▲ ⓒ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
우선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 안동을 거쳐 청송군으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관광지라기 보단 그냥 한가로운 시골 마을이다. 이 마을이 유명하게 된 건 음식디미방(飮食知(디)味方, 원명 奎壼是議方)이란 책이 1960년 재령 이씨 종가에서 발견되면서부터다.

음식디미방은 조선후기 정부인 안동 장씨(장계향, 1598~1680)가 딸과 며느리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정리한 음식 조리서. 17세기 후반 영남 북부 지방의 반가에서 사용하던 음식 조리법을 정리해 모두 146개에 달하는 음식 조리법을 한글로 서술한 최초의 한글 조리서다.

특히 한류음식이 열풍을 타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급히 콘텐츠를 만들고 재령 이씨 종부와 종손이 내려와 관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인 안동 장씨는 83세의 나이로 경북 영양군 석보촌(면)에서 타계하기까지 한시 12수, 맹호도, 인두화를 남겨 시인, 서예가, 화가, 교육자, 사회사업가로도 널리 활동했다. 이로 인해 신사임당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동 장씨는 당대에 사대부 양반들에게 최고의 호칭인 여중군자(女中君子)로 불렸고, 셋째 아들 이현일이 이조참판과 이조판서 등을 역임하면서 교지를 통해 ‘정부인 안동 장씨’로 호칭이 추증(追贈, 조선 외명부 봉작법)됐다.

▲ 라오스 국영항공 라오항공 소속 소형비행기가 16일(현지시간) 메콩강에 추락해 한국인 3명을 포함, 탑승객 전원이 숨졌다. ©뉴스1
두들마을은 이문열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이문열 문학관(匡山文宇)이 있는 이곳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그해 겨울’, ‘영웅시대’ 등에 등장하는 장소와 인물, 삶의 여정과 아울러 이문열이 자란 곳이다.

또한 안동 장씨를 소재로 한 소설 ‘선택’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문열은 ‘선택’을 통해 현대의 페미니즘 논리가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자아성취는 꼭 가정을 벗어나야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지 않은 성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마 그는 13대조 할머니인 안동 장씨의 일대기에서 가정을 ‘선택’한 여성의 성공한 이야기를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영양군의 또 하나 문학의 정령이 깃든 곳, 주실마을이다. 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이 태어난 곳으로 그 마을에는 박사만 40여 명이 태어난 태실이 있는 곳이란다.

여기는 40여 명 박사가 태어난 종가의 태실과 조지훈(본명 조동탁) 문학관이 있다. 마을 건너편 문필봉의 정기를 받으면 자녀가 공부를 잘할 수도 있단 말에 괜히 한번 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앞산을 쳐다보게 된다. 

▲ KB국민은행이 16일 언어·문화 NGO BBB코리아와 미얀마에‘양곤KB한국어학당’현판식을 개최했다.ⓒ데일리팝
주실마을은 조선중기 때 환란을 피해 온 한양 조씨 집성촌으로 전통을 지키면서도 실학자들과의 진취적인 문화를 발전시킨 개혁의 마을이라고 한다.

저항과 지조의 시인으로도 불리는 조지훈의 고향으로 충분히 어울리는 이곳 마을 한복판에는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이 자리잡고 있다. 조씨 문중은 문필봉이 마주한 호은종택 안에 태실을 별도로 지어놨다.

다만 버스를 타려고 주실수퍼 앞 느티나무를 지나 마을 건너 찻길로 나섰을 때 한옥들이 즐비한 마을 맨 뒤에 허연 시멘트로 지워진 교회건물이 볼썽사나웠다.

조지훈 시인은 ‘낙화’에서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라고 했지만 누굴 탓할 만큼 안타까움을 남겼다.

다만 시멘트 건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1920년대 그 일대 최초의 교회(주곡교회)로 우리나라 최초로 단발령을 시행한 불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신고리 원전 안전대책 관련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또 하나,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의 서석지는 국내 3대 민간 정원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오래된 담장 기와와 녹색의 조화, 한옥 정원에서의 칼라가 어우러진 담 안의 풍경은 담양 소쇄원, 전남 보길도 세연정과 견줘도 충분히 돋보였다.

연당마을을 들어서자마자 높지 않은 흙담 안에 위치한 서석지의 조용한 자태는 매일 아침마다 청소를 해주고 있다는 시골 촌로의 마음처럼 인자했다.

건물과 연못의 돌들을 자연스럽게 재배치해 꾸민 정원이 아니라, 주어진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고 인공적인 장치는 최소화하여 만들었다는 점에서 옛사람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 외에도 두들마을 전통주 만들기를 끝내고 음식다미방 체험, 산촌마을 박물관, 민물고기 전시장, 선바위 산책길 등이 있다.

▲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왼쪽부터),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가진 2002 월드컵 출전멤버 오찬 자리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두들마을 한옥 민박에서 원기를 찾은 김에 마지막 코스로 군청인근 영양 산나물 축제를 보러 갔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을 아니 들를 수 없으니, 막걸리 딱 한 잔 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