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회의 가족 및 가구 형태가 급변하는 가운데 최근 비친족가구가 새롭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도 걸음마 수준이어서 정책 사각지대 발생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비친족 가구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비친족 가구는 일반가구 중 가족이 아닌 남남끼리 사는 5인 이하의 가구를 뜻한다. 비친족가구는 아직 규모는 작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비친족가구는 일반가구 중 2.4%로 비친족가구에 속하는 인구는 109만8224명으로 집계된다. 가구별 전년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친족가구는 0.4% 감소한 반면 1인가구는 4.7%, 비친족가구는 8.7% 증가했다.
비친족가구의 연령대별 비중 변화를 보면 30대 이하는 2010년 72.9%에서 2020년 63.0%로 감소한 반면 40대 이상은 같은 기간 27.2%에서 37.0%로 증가했다. 30대 이하 젊은 연령대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 들어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이가 관찰되는 것이다.
이는 비교적 젊은 시기에 일시적으로 짧은 기간 생활하는 형태인 비친족 가구가 앞으로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비친족 가구로 공동생활을 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연구원은 짚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비친족 가구에 대한 자료는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가구 및 가구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파악 가능하며 가구주와 가구원의 관계나 구성 사유를 비롯한 공동생활 실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알 수가 없다.
같이 사는 이유 “주거·생활비 절감 위해”
주택 마련 지원 제도 수요 높아
연구원이 비친족 가구 공동생활 실태조사 및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실태조사 응답자의 공동생활 평균 기간은 전체 47.07개월이었다.
공동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응답자 특성별로 분류한 모든 집단에서 ‘주거비 절감 사유’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 이하 연령은 주거비 절감을 꼽은 비율이 61.4%로 다른 연령대보다도 높았다. 50대 이상에서는 ‘생활비 절감을 위해’(43.1%)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동생활 이전 관계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경우가 78.2%였다. 현재 가구원 관계에 대한 인식은 ‘애정 관계에 기반해 서로를 배우자와 같이 생각하는 사이’(36.4%),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사이’(35.5%), ‘단순히 주거를 공유하는 사이’(28.1%) 등의 순이었다.
남+여 2인가구에서 현재 가구원 관계를 애정 기반 배우자 사이로 인식하는 경우는 법률혼이나 사실혼의 배우자에 준하는 사이로 서로를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부 응답자는 동거인을 법률혼이나 사실혼의 배우자와 동등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남+남 2인가구는 단순 주거 공유(48.0%),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사이(42.0%), 애정 기반 배우자와 같이 생각하는 사이(10.0%) 순으로 답했고 여+여 2인가구는 서로 돌보고 의지하는 사이(46.6%), 단순 주거 공유(41.4%), 애정 기반 배우자와 같이 생각하는 사이(12.1%) 등의 순이었다.
공동생활 종료 시 예상 사유를 가구원 수 및 성별 구성에 따라 살펴보면 3인이상가구는 ‘1인가구로 독립’(19.8%), ‘졸업 또는 직장 이동’(18.7%) 비중이 높았다. 2인가구에서는 남+여 가구는 ‘애정 관계 종료’(65.4%)가 가장 많았고 남+남가구는 ‘졸업 또는 직장 이동’(30.0%), 여+여 가구는 ‘1인가구로 독립’(37.9%)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비친족 가구 지원 제도에 관한 수요는 전반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았다.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약간 필요하다+매우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높은 항목은 ‘주택 마련 지원 제도’(83.3%)였고 이어 ‘사회보험 혜택’(80.0%), ‘주거비에 대한 세제 지원 제도’(79.7%), ‘가족에 대한 경제적 지원’(79.7%), ‘일생활균형 지원 제도 및 돌봄 지원’(7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개개인은 전 생애에서 다양한 방식의 가구(가족) 구성-부모와 살다가 1인가구로 독립, 결혼했다가 이혼 또는 비혼, 친구와 동거, 비혼 동거, 다시 1인가구 등-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고 가족 구성의 유동성 또한 높다”며 “기존의 혼인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을 상호 돌봄이나 친밀성과 같은 관계의 속성이나 기능을 중심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친족가구에 대해 법률상 권리를 보호하고 차별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비친족가구는 단순 주거 공유만 하는 집단도 있고 대안적 친밀성에 기반해 가족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집단도 있어 각 유형에 적절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