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그룹이 박문덕 회장, 박태영 사장을 둘러싼 사익편취 꼬리표를 떼기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이 특정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2022년부터 꾸준히 하이트진로에 오너일가 사익편취와 관련한 소제기 청구를 이어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들은 오너일가 소유 계열회사를 통한 사익편취 행위(통행세 등)를 이유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및 박문덕 회장에 대한 부당한 고액보수 지급으로 인한 손해 등 총 389억원에 대해 하이트진로가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 감사위원회는 형사재판의 진행(2022년 6월)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재부과에 대한 소송(2023년 6월)이 종료되지 않아 손해액이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제개혁연대의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소송이 종료된 상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월 9일 소제기 청구를 보냈는데 답변을 해야 하는 기한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 사익편취 사건은 기업의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단순한 행정 법규 위반행위가 아니라 지배주주의 이익에 충실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장기간 계속되었음에도 회사에서 지배주주의 사익편취행위를 견제하는 어떠한 장치도 작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 등 소액주주의 소제기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상법 제403조 제3항에 따라 30일 이내에 책임 있는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만일 회사가 소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경제개혁연대 등은 상법에 따라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감사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다"며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한다"고 전했다.
오너일가 회사 부당 지원으로 경영 승계
소액주주들, 회사 손해 회복 조치 요구 이어져
공정위는 2018년 3월 하이트진로 등이 장기간에 걸쳐 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인 서영이앤티를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형사1부 2024년 4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사장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 봉사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하고,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법인에도 벌금 1억5000만원을 확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내린 과징금 70억원도 대법원까지 법정공방을 이어갔지만 결국 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20% 이상이거나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공정거래법은 이런 회사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기회 유용 등 부당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쉽다고 보고 별도로 규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지주사 하이트진로홀딩스는 박문덕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29.5%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주주는 서영이앤티로 지분 27.7%를 가지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박문덕 회장의 두 아들 박태영 사장·박재홍 부사장이 각각 지분 58.44%, 21.62%를 보유하고 있고, 박문덕 회장이 14.69%, 박 회장의 형 박문효씨가 5.16%를 보유한 오너일가 개인회사나 다름 없는 곳이다.
공정위는 하이트진로그룹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약 10년간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하이트진로의 맥주용 공캔 구매과정에서 서영이앤티에 통행세 지급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알루미늄 코일 구매과정에서 서영이앤티에 통행세 지급 요구 ▲삼광글라스로 하여금 글라스락 캡 구매 과정에서 서영이앤티에 통행세 지급 요구 등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서영이앤티의 매출은 2007년 142억원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6배 가량 급증했다. 현재는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로 커졌다.
특히 이러한 행위들이 단순히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계열사 부당지원행위가 아니라 오너 2세인 박태영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구도를 구축하기 위해 진행됐음이 문제가 되고 있다.
박문덕 회장, 80억 넘는 고액 보수 '눈길'
재계에서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 가장 많아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진로그룹의 총수인 박문덕 회장은 사익편취 행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박문덕 회장은 공정위 처분이 있었던 2018년 3월 이후에도 아무런 보수 감액 조치 없이 고액의 보수를 계속 지급받은 것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박문덕 회장은 하이트진로에서 72억5900만원,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에서 9억5000만 등 모두 82억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양사에 받은 배당금도 24억원이 있다.
직접적인 유죄 판결을 받은 박태영 사장도 지난해 양사를 합쳐 총 16억5300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전문경영인 김인규 대표의 지난해 연봉은 12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하이트진로그룹은 2024년 기준으로 재계 순위가 78위다. 이에 일각에서는 회사 규모에 비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재계 2위 최태원 SK 회장이 보수 60억원, 4위인 구광모 LG 회장이 81억여원을 받았다. 재계 1위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식품업계로 비교해도 재계 순위 57위 동원그룹 김남정 회장은 동원산업에서 지난해 15억7900만원을 받았으며, 재계 순위가 비슷한 79위 농심 신동원 회장은 지난해 총 17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특히 박문덕 회장과 박태영 사장은 미등기임원은 법인 등기부 등본에 등록되지 않아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터라 상법상 책임을 지지 않음에도 회장, 사장 직함을 사용하면서 권한을 행사하고 수십억의 보수를 받고 있어 비판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63.6%(11개사 중 7개사)로 가장 높았다.
박문덕 회장은 계열사 15곳 중 5곳에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태영 사장 역시 같은 계열사 5곳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