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경영권 승계와 부당지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잡음 없는 오너가 승계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 하림 등에 이어 이번엔 중흥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포착됐다.
공정위는 중흥건설이 오너 2세 소유의 중흥토건 및 계열사가 시행하고 중흥토건이 단독 시공하는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에서 각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유동화 대출에서 무상 신용보강을 제공한 것에 대해 오너일가 부당지원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180억2100만원을 부과하고, 지원주체인 중흥건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있는 공정위의 오너가 사익편취 및 부당지원 고발 건이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주요 공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 신용보증 힘으로 재계 20위까지
중흥건설 보다 더 커진 중흥토건
중흥건설로 시작된 중흥그룹은 일반인들에겐 '중흥S-클래스', '푸르지오'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또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으로 재계 순위 20위에 달하는 인지도 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기도 하다.
현재 계열사 51개를 운영하고 있고, 자산총액은 약 26조9000만원에 달한다.
문제가 된 중흥토건(구. 동일건설)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로, 2007년 인수할 당시 기업가치가 12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지역 건설사였다.
하지만 2024년 기준으로 중흥건설 계열 및 중흥토건 계열의 자산총액 비중을 비교하면 중흥토건 계열이 86.5%인 것에 반해 중흥건설 계열은 13.5%에 불과하다. 배 보다 배꼽이 커진 격이다.
중흥토건은 2015년부터 2025년 2월까지 중흥건설으로부터 총 3조2096억원 규모의 무산 신용보강 지원을 받아왔다.
자체 신용만으로 대규모 주택건설사업 등 시행을 위한 대출을 실행하기 곤란했던 중흥토건이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던 중흥건설의 힘을 빌려 12개 주택건설 및 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 관련 24건의 PF 또는 유동화 대출을 실행할 수 있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신용보강은 지분을 보유한 시공사가 시공 이익을 나누기로 하거나 공사물량을 도급 받는 등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것이 통상적이나, 중흥건설은 시공에 관련하지 않는 기업인데도 무상 보증을 서줬다는 점이 일반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이같은 중흥건설의 지원이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들은 개발사업 성패와 직결되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어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조건을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중흥토건 및 6개 계열회사는 중흥건설을 등에 업고 2023년말 기준으로 매출 6조6780억원, 이익 1조731억원을 올렸다. 또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2024년 16위로 급상승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미수취한 신용보강 대가를 최소 181억원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중흥토건은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2021년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핵심 계열사가 됐다. 대우건설 이후 중흥그룹은 2022년 재계 순위가 47위에서 20위로 뛰어올랐다.
이후 중흥건설은 2023년 지주회사 전환을 하면서 기업집단 지배구조를 중흥토건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정원주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탄탄대로를 만들었다.
이에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부당 지원으로 오너 2세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완성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공정위는 정원주 부회장은 중흥토건으로부터 배당금 650억원, 급여 51억원 등의 이익도 얻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왜 조직적 부당지원으로 봤을까?
증여세 피하려 "경영권 승계 일환" 자백
공정위는 중흥그룹이 정창선 회장과 정원주 부회장을 최종 의사결정권자로 하고, 계열회사들이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중흥건설의 각 부서에는 소속이 다른 계열회사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면서 전체 계열회사의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점, 중흥건설 내부 조직도상 모든 부서는 회장 및 부회장 아래에 있고 대표이사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너일가는 결산보고, 추정 재무제표 등 그룹 내 주요 사안 이외에도 이익배당 등 개별회사의 사안까지 보고받고 결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정원주 부회장이 국세청 과세처분 관련 조세심판원 절차에서 한 주장이 주요했다.
앞서 중흥토건이 계열편입 직후부터 내부 시공 일감을 몰아받으며 성장해 2017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초과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국세청은 이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으로 봤다.
2022년 4월 조세심판원 결정문을 보면 정원주 부회장은 내부거래에 대해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중흥건설 계열사 중심의 사업조직구조를 청구인(정원주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중흥토건 계열사 중심으로 개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회피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직접 중흥건설 중심의 사업조직구조를 중흥토건으로 개편하고자 했다고 말한 셈이다.
중흥건설은 정창선 회장이 지분 76.7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정원주 부회장(10.94%), 중흥건설산업(9.8%), 배우자 안양임(2.94%)이 나머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