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법제 마련돼…사회적 논의 서둘러야
디지털 활용이 일상화되고 신규 디지털 자산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에 대한 논의가 점증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초고령 사회 진입과 디지털 유산’ 이슈분석 보고서는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디지털 유산은 온라인상에 축적된 개인의 자산과 기록을 통칭한다. 최근 디지털 유산과 관련한 이슈로는 ▲인지의 어려움 ▲접근의 어려움 ▲자산 이전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
당사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경우, 유가족이 미처 인지하지 못해 정기 결제 상품이 계속해서 결제되거나 디지털 유산의 존재를 모르는 채로 상속 절차를 종료했다가 추후 이슈가 발생할 여지 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바타 및 게임아이템 등의 비전통적 자산, 전자화폐, 가상화폐 등 신규 디지털 자산은 본인이 아니면 존재 자체를 알기 어려운 이슈에 노출된다. 개인의 디지털 정보를 확인하려면 휴대폰, 태블릿PC 등 전자기기에 로그인하거나 인증 비밀번호 등이 필요한데 이는 당사자 외에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유산 인지도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지난 1월 한 언론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6%가 디지털 유산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63%의 응답자는 디지털 유산의 가족 상속을 찬성했으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상속 항목은 사진 및 동영상(75.6%)이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유산 논의 본격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금융자산뿐 아니라 장례 준비, 유언장 작성, 디지털 유산 정리, 엔딩노트(개인 메시지, 장례·사후정리 등을 기록) 등을 포함한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종활 트렌드가 이미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디지털 유산 상속 상담 창구를 운영하거나 디지털 유산을 기부받기도 하며 금융사의 경우 은행 앱 등을 통해 디지털 유산 보관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일례로 SMBC는 디지털 세이프티 박스를 통해 ID, 비밀번호 등 디지털 정보를 비롯해 의료, 간병, 장례 등의 의사를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이프티 박스에는 연명치료 여부, 희망 장례 방식, 남기고 싶은 말, 입주하고 싶은 요양시설 및 비용 처리 방법 등을 등록할 수 있다.
주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들도 디지털 유산 상속 서비스와 잊혀질 권리를 동시에 제공 중이다. 구글은 휴면계정 관리자 서비스를 도입해 휴면기간이 지나면 지정한 사람에게 사진, 이메일, 문서 등의 디지털 자산을 전달한다.
페이스북은 계정추모 서비스를 확장해 사후 연락자 지정 서비스를 도입했으며 지정된 상속자는 고인의 일부 게시글과 사진에 접근할 수 있다. 애플은 유산관리자 지정을 통해 사망진단서와 접근 키가 확인되면 별도 계정을 제공하며 관리자는 해당 계정을 통해 고인의 계정에 3년간 접근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최근 디지털 유산 관련 내부 정책을 수립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에 유산관리자 서비스를 개시해 유산관리자로 지정될 당시 수령한 접근코드로 디지털 유산 계정을 신청하면 해당 계정을 통해 연락처, 메모 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한다.
네이버는 디지털 유산 정책을 제정, 블로그 공개글 등 공개 성격의 정보는 상속자가 요청할 경우 백업을 지원한다. 단 ID나 비밀번호, 비공개 이용정보 등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제공하지 않는다. 카카오는 미사용 모바일 교환권, 잔여 선불 전자지급수단 등 금전 환산 가능 권리는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디지털 유산 이슈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법제 정비 및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디지털 유산을 재산으로써 상속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와 정보로 보는 견해로 나뉘어 디지털 유산 관련 법제 마련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47개 주에서 디지털 유산 관련법이 입법됐고, 독일 역시 연방대법원 판례를 통해 디지털 유산 상속을 인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6년 10월 ‘디지털공화국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 사망 후 개인정보처리 지침을 미리 결정하는 권리를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