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의료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노후가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노후 준비는 이제 ‘죽고 난 뒤’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확장되고 있다.
실제로 1인가구 뉴스레터 '혼삶레터' 독자들은 "1인가구의 노후 준비는 _____까지 되어야 한다"한다는 질문에 “장례식”, “내가 어떤 관에 들어갈지 결정하는 것”, “죽고 나서의 정리” 같은 답변들을 말했다.
무연고 사망 증가와 디지털 유산 문제까지 겹치며, 1인가구의 노후는 생애 말기의 돌봄과 사후 준비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1인가구들의 생각은 예상보다 구체적이었다. 장례 방식부터 사후 정리까지, 삶의 마지막 순간 이후를 이미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가족 관계가 느슨하거나 보호자 역할을 맡아줄 사람이 없는 경우, 장례와 유품 정리, 디지털 계정 관리 같은 문제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5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56명에서 2023년 5415명으로 증가했다. 2024년 1~8월 기준으로도 이미 3613명에 달한다.
서울 역시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9년 529명이던 서울 지역 무연고 사망자는 2024년 들어 13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더 주목되는 것은 ‘진짜 무연고’보다 ‘관계 단절형 무연고’가 많다는 점이다. 2024년 1~8월 기준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는 76.2%였다.
즉 가족이 전혀 없는 경우보다, 가족이나 친척이 존재함에도 관계 단절이나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마지막을 외면받는 사례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무연고 사망 문제가 단순한 독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연결의 붕괴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영장례는 확대됐지만 지역 격차는 여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몇 년간 공영장례 제도 정비와 지원 확대를 추진해왔고, 2024년에는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마련할 수 있도록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표준조례안’을 배포했다.
현재 다수의 지자체가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지원 수준은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일부 지역은 장례 절차 전반을 지원하는 반면, 재정 여건이 부족한 곳은 최소한의 화장 절차만 지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어디에서 생을 마감하느냐에 따라 마지막 의식의 수준과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의 지역 격차’ 문제도 제기된다.
디지털 유산, 법은 아직 따라가지 못했다
1인가구가 사망하면 남는 것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만이 아니다.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사진, 구독 서비스, 암호화폐, 온라인 수익 계정 같은 ‘디지털 유산’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유형자산 중심이다. 디지털 계정 접근권이나 상속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부족하다. 플랫폼 사업자들도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고인의 계정 정보를 제한적으로 처리하거나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관련 논의가 더 빠르게 진행됐다. 프랑스는 2016년 ‘디지털 공화국법’을 통해 사망 이후 자신의 디지털 정보 처리 방식을 생전에 지정할 권리를 제도화했고, 미국 일부 주에서는 유언장 등을 통한 디지털 자산 접근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역시 관련 법안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제도 정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죽고 난 뒤까지” 준비해야 하는 시대
전문가들은 1인가구일수록 사후 의사결정과 기록 정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언장은 자필로 작성해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만 민법상 전문·날짜·주소·성명을 자필로 쓰고 날인해야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미리 결정할 수도 있다.
또 디지털 계정 목록, 금융자산 현황, 연락 가능한 지인, 원하는 장례 방식 등을 문서로 정리해두는 것도 현실적인 대비책으로 꼽힌다.
한 1인가구는 “내가 어떤 관에 들어갈지 결정하는 것까지 노후 준비다”는 말을 전했다. 이 문장은 지금 1인가구가 느끼는 노후 불안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됐는지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