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안정·상속분쟁 위험 저감 위해 신탁 활성화 필요
과감한 세제 혜택 부여해야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신탁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부자들만을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있어 대중화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치매 고위험군 증가세와 고령가구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쏠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소액 신탁이 활성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간한 ‘신탁 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한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구성원이 포함된 고령 가구의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서 연구위원은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 증가, 상속 분쟁 등을 고려할 때 은퇴 이후의 안정적 수입 확보와 재산 관리, 원만한 상속을 위한 금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치매환자 수는 97만명, 경도인지장애 진단자는 298만명으로 집계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신탁은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신임관계를 토대로 수탁자로 하여금 수익자의 이익 또는 특정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의 관리·처분·운용·개발 등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로 부동산 개발 및 담보대출을 위한 부동산 신탁, 금융상품 판매 목적의 금전 신탁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자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 확보 및 상속재산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신탁을 활발히 활용 중이다.
특히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탁에 세제 혜택을 결합한 다양한 상품을 운영한다. 대표적인 예로 교육자금증여신탁과 결혼·육아자금신탁이 꼽힌다.
일본에서는 30세 미만의 자녀 또는 손주에게 교육자금증여신탁을 활용해 일시금으로 자산을 증여할 경우 최대 1500만엔(약 1억3500만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하고 있다. 결혼·육아자금신탁의 경우 18세 이상 50세 미만의 직계비속에게 결혼·출산·양육 자금을 신탁 방식으로 일괄 증여할 경우 최대 1000만엔(약 9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보고서는 이같은 과감한 세제 혜택이 신탁 대중화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탁 대중화, 어디쯤 왔을까
다만 우리나라에서도 은행들이 ‘유언대용 신탁’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신규 수탁액이 증가세를 보인다.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유언대용신탁 누적잔액은 2022년 말 2조원대에서 2023년 말 3조200억원, 2024년 말 3조5400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서 연구위원은 이같은 흐름을 신탁 시장 활성화의 기회로 삼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금융당국이 지난 2022년 예고한 ‘신탁업 혁신 방안’에 제시된 사항에 대해 조속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방안에는 신탁 가능 재산 확대, 업무위탁 규율 체계 정비, 복지신탁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중산층 또는 대중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신탁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세제 지원을 부여하고, 온라인 기반 신탁업자와 신탁 관련 서비스 제공자를 허용하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