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삶 인터뷰] 베트남 7년차 이승윤 "여행과 정착은 달라"
[혼삶 인터뷰] 베트남 7년차 이승윤 "여행과 정착은 달라"
  • 오정희
  • 승인 2025.09.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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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삶의 터전으로”…베트남에서 7년을 살게 된 이유
“낯선 환경이 주는 두려움...가장 중요한 건 마음 가짐”

베트남에 거주중인 이승윤 씨는 20대 후반, 우연히 떠난 베트남 여행이 30대 중반인 지금의 삶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한다. 

낯선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친근한 현지인 그리고 저렴한 물가에 이끌려 시작된 베트남에서의 혼삶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낯선 도시를 삶의 터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단순히 베트남에 대한 환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고민과 예상치 못한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삶의 빈칸을 채우는 새로운 경험을 택한 그의 여정은 베트남에서의 삶이 단순한 '낭만'이 아닌, 단단한 삶의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5월 베트남 축구 AFF컵 우승 당시 응웬후에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
2022년5월 베트남 축구 AFF컵 우승 당시 응웬후에 광장에 몰려든 시민들의 모습 (사진=이승윤씨 제공)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베트남에 살게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20대 후반에 베트남에 정착해 어느새 7년차 30대 중반에 접어든 이승윤이라고 합니다.

어릴적부터 막연히 해외에서 생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2017년 당시 우연찮게 베트남 호치민에 계시던 지인의 추천으로 현지 여행을 다녀온 뒤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문화, 외국인에게 친근한 현지인들, 저렴한 물가 등에 끌려 정착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소득이면 한국보다는 훨씬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Q. 현재 어떤 형태로 거주 중이신가요? (자가/월세/쉐어/기숙사 등) 지금 거주 중인 지역과 집의 조건, 월세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요?

저는 호치민시 7군에 위치한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투룸에 에어컨과 냉장고, TV 등 생활가전이 모두 구비된 풀옵션이구요, 전기•수도요금,관리비 등을 포함한 월세는 대략 60만원 정도 됩니다.

꽤 오랜 시간 현지에서 지내온 만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까지 이곳 저곳에서 지내봤지만, 아무래도 한국인 커뮤니티가 잘 조성된 곳이 모임이나 약속, 식자재 구매 등 여러모로 이점이 많은 편입니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보다 저렴한 월세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만, 교통비를 생각하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기에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집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호치민시 응웬후에거리 명물 아파트상가 (사진=이승윤씨 제공)
호치민시 응웬후에거리 명물 아파트상가 (사진=이승윤씨 제공)

 

Q. 한 달 평균 생활비는 얼마나 드나요? (식비, 통신, 교통 등) 한국과 비교해서 불편한 점과 좋은점이 있다면요?

정확하게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특별한 지출이 없다면월 60~70만원 가량 지출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 1인 가구는 주거 부분을 빼면 보통 식비가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은데요.

저는 모임이나 약속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와 직접 해먹는 경우가 많기에식비 부분에서는 지출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이 밖에도 베트남 특성상 고기나 생선, 채소류 등 원물 형태의 식자재가 가격이 저렴한 편이고, 1~2인이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소포장 식자재가 일반적인 것도 식비를 아낄 수 있는 요소가 되겠네요.

통신비는 휴대폰 요금과 인터넷 요금을 포함해 월 2만원 정도 사용하고 있구요. 대부분 오토바이를 통해 움직이기에 외식이나 회식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한다면 교통비 부담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베트남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취미 생활이나 모임 및 쇼핑 빈도 등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한국에서 거주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도 많기에 생활비 지출 정도는 참고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낮시간대 호치민시 부이비엔 여행자거리 초입 (사진=이승윤씨 제공)
낮시간대 호치민시 부이비엔 여행자거리 초입 (사진=이승윤씨 제공)

 

Q. 취업/사업 등의 체류 자격에 따라 비자 종류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베트남은 체류 목적에 따라 관광/취업/투자/결혼등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저처럼 취업의 경우라면, 보통 회사에서 신규 비자 발급 및 연장 절차 전반을 지원해주기에 크게 신경쓰실 부분은 없습니다. 이 외 베트남은 인근 동남아 국가처럼 디지털노마드 비자나 장기 체류 비자가 부재하기에 3개월짜리 전자비자를 이용하시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Q.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가장 문제로 꼽는 것이 의료 서비스인데요. 병원 이용은 어떤가요? 가격대, 진료 접근성, 외국인 대상 병원 이용 팁 등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말씀하신대로 병의원 이용은 많은 교민들이 해외 생활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국제 병원이 현지 병원에 비해 서비스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있으나, 그만큼 비용이 사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제 지인 중에서는 맹장 수술로 인해 원화 300만원을 지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약 직장 생활이나 결혼 등의 이유로 장기 체류할 경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 현지 보험사를 잘 알아보는 편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제 경우, 7년을 살았지만, 뎅기열로 현지 병원을 찾았던 것 외 병원을 방문한 일이 전혀 없어 특별한 팁을 드리기가 어렵네요.

낮시간대 호치민시 응웬후에 보행자거리 전경 (사진=이승윤씨 제공)
낮시간대 호치민시 응웬후에 보행자거리 전경 (사진=이승윤씨 제공)

 

Q. 언어, 행정, 치안, 문화차이 등 베트남에서 외국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이런 건 예상 못 했다, 당황했다 하는 경험이 있나요?

베트남 정착과 동시에 언어를 배워왔기에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에서 겪는 어려움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사업 하시는 지인들은 모든 행정 처리에 있어 비공식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지만, 제 경우 현지 관공서를 찾을 일이 많지 않기에 이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히나, 유흥시설 밀집지역이나 밤시간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는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기에 이런 부분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때면, 오히려 현지어를 할 줄 아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여러모로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요.현지 정착 계획이 있다면 우선 언어부터 배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청사 (사진=이승윤씨 제공)
호치민시 인민위원회 청사 (사진=이승윤씨 제공)

 

Q.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만족스러우셨나요? 반대로 여전히 적응이 안 되거나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생활 물가가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한국과 비교하면 같은 취미 생활이라도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현지인들과 만남을 가질 때도 비용 부담은 크게 없는 편입니다. 별다른 취미 생활이 없다면 그만큼 저축을 늘릴 수 있죠.

생활상 불편한 부분은 크게 없지만, 물리적 거리로 인해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자주 만날 수 없다는 점, 인간 관계에 소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 외 사실 특별히 만족할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별 문제 없이 여지껏 지내왔던 것 같기도 하네요.

 

Q.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있으신가요? 영구 정착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각종 경조사나 가족 방문 등의 이유로 매년 1~2차례 한국을 찾고 있습니다만, 갈때마다 ‘참 낯설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만큼 한국을 떠나 지낸 시간이 길다는 뜻이겠지요.

오랜 시간 여기서 지냈고, 그만큼 제가 습득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도 이곳이라고생각하고, 앞으로도 베트남에서 지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그러려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요. 기회가 된다면 국제결혼까지 열린 마음입니다.

2025년 4월 통일절 기념 호치민시 불꽃놀이 당시 행사 관람을 위해 다리위에 정차한 오토바이 행렬 (사진=이승윤씨 제공)
2025년 4월 통일절 기념 호치민시 불꽃놀이 당시 행사 관람을 위해 다리위에 정차한 오토바이 행렬 (사진=이승윤씨 제공)

 

Q. 베트남에서 생활을 고민중에 있는 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베트남의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 베트남 길거리를 점령한 현대차와 기아, 베트남 축구를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린 박항서 감독님, 떡볶이와 K-BBQ, 김치를 즐기는 베트남인들.

매체 보도만 보면, 한국에 대한 베트남인의 호감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임이 분명하나, 이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생각과는 다른 실제 상황에 큰 실망감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지내왔던 모국을 떠나 외국에서 정착하겠다는 결정은익숙한 환경을 벗어난다는 새로운 도전임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며 순간 순간이 두려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해외 생활, 그 중에서도 베트남을 택했다면 수많은 국가 중 왜 베트남인지, 예상할 수 있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어떠한 수준인지를 다시금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불친절한 서비스, 의심스러운 식당 위생상태, 투명하지 않은 가격 체계 등한국과 다른점에서 하나 하나 ‘한국은 이런데 베트남은 왜이래’로 접근한신다면, 베트남에서 보내는 하루 하루가 고통의 연속일 수 있습니다.

언어부터 배우는 사람, 맛집부터 다니는 사람, 현지인들과 교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 주재원으로 베트남에 온 사람. 저마다 이유와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 목표를 세운 다음 아니다 싶으면 속히 돌아가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