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4년 4월 신설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E33G)가 운영되고 있다. 치앙마이에서는 한국인이 무비자로 최대 60일 체류할 수 있고, 월세 30~40만 원대 원룸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리스본에는 포르투갈의 D7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자리 잡고 있다. 회사를 한국에 둔 채 일터만 해외로 옮기는 한국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AI 도구와 리모트워크, 1인기업 흐름이 맞물리면서 디지털 노마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
발리 E33G 비자, “한국 회사 다니며 발리에서 근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노마드 비자(E33G)는 발리와 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내에서 최대 1년간 체류하며 해외 기업 소속으로 원격 근무할 수 있는 비자다. 이로 인해 한국 회사에 재직한 채 발리에서 근무하거나, 한국에 등록된 1인기업·프리랜서가 현지에서 업무를 이어가는 형태가 가능해졌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라 한국인 신청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에서는 발리가 동남아 주요 거점 가운데 가장 빠르게 인프라가 정비된 도시 중 하나로 평가된다.
비자와 별개로 발리는 이미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의 대표적인 단기 체류지로 자리 잡았다. 우붓·짱구·스미냑 일대를 중심으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빠르게 늘었고, 한국 음식점과 한국어 안내가 가능한 카페도 증가하고 있다. 2024년 2월부터 외국인 관광세가 도입되며 체류 비용 부담이 일부 늘었지만, 1~3개월 기준 생활비는 여전히 서울 도심 자취 비용과 비슷하거나 더 낮다는 평가가 많다.
치앙마이, 무비자 60일과 낮은 생활비의 조합
태국 치앙마이는 오랫동안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불려왔다. 생활비와 인터넷 환경, 커뮤니티, 체류 편의성이 비교적 균형 있게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2025년 기준 무비자로 최대 60일까지 체류할 수 있으며, 월세 30~40만원대 원룸이나 서비스 아파트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와 한국인 커뮤니티도 잘 형성돼 있다. 한 달 정도 가볍게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부터, 무비자 기간 안에서 출국·재입국을 반복하며 장기 체류를 이어가는 사람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더 긴 체류를 원하는 경우에는 태국 LTR 비자나 학생 비자 등의 선택지도 존재한다.
실제로 치앙마이의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한국 회사에 재직한 채 원격으로 일하는 직장인과, 한국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기업 운영자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리스본, 유럽형 디지털 노마드의 대표 도시
유럽에서는 포르투갈 리스본이 한국인 디지털 노마드의 현실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포르투갈의 D7 비자는 비교적 절차가 단순한 편으로 알려져 있고, 리스본에는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가 이미 두텁게 형성돼 있다.
영어 사용 비중이 높고, 한국과 약 8시간 시차가 있어 한국 기업과의 비대면 협업 시간도 일정 부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생활비는 발리나 치앙마이보다 높지만, 유럽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낮은 편이다. 1인 기준 월세는 약 100만원 안팎,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권은 월 30~5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기준에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파리·런던 등 서유럽 주요 도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에는 한국 회사 소속으로 리모트 근무를 하면서 리스본에서 장기 체류하는 형태가 한국 디지털 노마드의 대표적인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 이제는 글로벌 표준 흐름
2025년 기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운영하는 국가는 30개국 이상으로 늘었다.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헝가리·체코 등 유럽 국가를 비롯해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 멕시코·콜롬비아·브라질·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도 관련 비자를 운영하고 있다.
몰타·키프로스·UAE처럼 중동·지중해권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유치에 나서는 분위기다.
국가별로 소득 요건과 체류 기간, 세금 처리 방식은 다르다. 포르투갈 D7 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 소득 증빙이 필요하고, 스페인과 UAE 역시 별도의 소득 기준을 두고 있다. 다만 한국 직장인의 평균 임금 수준에서도 신청 가능한 비자가 적지 않고, 1인기업이나 프리랜서도 매출 증빙만 가능하면 접근 가능한 사례가 많다.
반면 한국은 아직 디지털 노마드 전용 비자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화 단계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서울·부산·제주처럼 외국인 디지털 노마드 수요가 높은 도시가 있음에도, 상당수는 관광 비자로 단기 체류하며 일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1인가구·리모트워크·1인기업이 만든 흐름
한국 디지털 노마드의 핵심 인구는 1인가구와 리모트워커, 1인기업 운영자 등이 있다. 가족 동반 부담이 적은 1인가구, 출근 의무가 없는 원격 근무자, 스스로 사업체가 된 프리랜서와 1인기업이 디지털 노마드 증가의 중심축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AI 기반 업무 도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노트북 한 대만으로도 한국 시장을 상대로 수익을 내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콘텐츠 제작자·개발자·온라인 셀러들은 해외에 머물면서도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생활비 차이도 중요한 요인이다. 서울·부산 도심 월세와 비교하면 발리·치앙마이의 주거 비용은 절반 이하 수준인 경우가 많다.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더 넓은 공간과 여유 있는 생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노마드 확산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시차로 인한 협업 문제, 인터넷·의료 인프라의 한계, 사회보험·세무 처리의 불확실성, 장기 체류 과정에서의 고립감과 외로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한국 회사 소속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경우 산재보험이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