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 감시로 개선 기대 vs ‘군피아’ 꼬리표 못 벗을 우려
삼양화학그룹의 방산업체 삼양컴텍이 8월 18일 코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최근 IPO 시장이 찬바람이 부는 가운데, 삼양컴텍은 공모가 7700원으로 1117억원을 조달하며 전체 주문 물량 가운데 44.48%가 의무보유확약을 설정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일반 투자자 청약 경쟁률도 927.97대 1에 달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방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거 군납 관련 의혹들이 제기됐음에도 IPO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오랫동안 비상장사만 거느리며 베일에 싸여있던 삼양화학그룹이 처음 공개 기업을 보유하게 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양컴텍은 1962년 오리엔탈공업으로 출발해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국내 대표 방산업체다. K2전차나 장갑차에 들어가는 방탄·방호용 장갑을 비롯해 항공기의 방호 부품과 연료탱크 등에 사용되는 복합소재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최루탄 재벌' 한영자 창업주 일가의 복잡한 지배구조
삼양컴텍의 실질적 지배권은 1972년 삼양화학공업사를 설립한 창업주 한영자 회장 일가에게 있다.
한영자 회장은 군사정권 시절 최루탄 독점 납품으로 급성장하며 한때 소득세 1위를 기록해 '최루탄 재벌'로 불렸다.
현재 그룹은 장남 박상준이 화학 부문을, 차남 박재준이 방산 부문을 각각 총괄하는 구조다. 박재준 회장은 1979년 공군사관학교 31기로 입교했으나 가업 승계를 위해 중퇴한 이력이 있다.
삼양컴텍의 지배구조는 박상준·박재준·박태준 → 제오홀딩스(100%) → 삼양화학공업(42.33%)·삼양컴텍(24.10%)로 이어지며, 삼양화학공업은 다시 삼양정밀화학(50.4%)과 삼양컴텍(19.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양컴텍은 상장 이후 특수관계인 지분 비율이 총 44.69%다.
특히 삼양화학그룹 관계사들은 2010년부터 외부감사보고서에서 최대주주를 제외한 주주구성을 비공개하고 있다.
'뚫리는 방탄복' 파문에 이어진 법정 다툼
삼양컴텍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과거부터 제기돼 온 각종 의혹들이다. 2015년 감사원의 발표로 인해 삼양컴텍이 2011~2012년 성능 논란이 있는 방탄복 2000벌을 특전사에 납품한 것이 지적됐으며, 이른바 '뚫리는 방탄복' 파문이 일었다.
당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삼양컴텍 임직원들을 북한군 개인화기에 뚫린다는 논란이 빚어진 방탄복을 군에 납품한 혐의로 기소했다.
최종적으로 2016년 서울중앙지법은 삼양컴텍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적증명원과 함께 제출한 다른 서류들에 '경찰관용 방탄복'이라고 기재돼 있어 허위서류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 장성 등 군 출신 인사 채용이 대거 드러나 '군피아(군대+마피아)'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삼양화학공업그룹 관계사들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군 출신 29명을 계열사에 채용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개발한 신형 방탄복 대신 삼양컴텍에 10년간 약 2700억원에 이르는 방탄복 사업권이 주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뚫리는 방탄복' 논란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역 장성의 재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24년 1월 대법원에서는 예비역 장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528만4671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직 병무청장 영입, 군피아 논란 불씨
상장으로 공시·견제 강화될지 시험대
이런 가운데 최근 삼양컴텍의 관계사 삼양화학공업이 정석환 전 병무청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면서 군피아 이미지는 사라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청장은 지난 5월 13일 삼양화학공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3년간의 취업제한 기간이 만료된 직후다.
주목할 점은 정석환 전 청장이 박재준 회장과 공군사관학교 31기 동기로 알려졌다. 공군사관학교를 중퇴한 박재준 회장이 2008년 명예졸업장을 받을 때도 정 전 청장은 현직 공군 장성이었다.
업계에서는 삼양컴텍의 상장을 앞두고 '방산비리'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시점에 전직 고위 공무원을 영입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이 군 인맥이 중요한 산업이긴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상장을 통해 오히려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상장기업이 되면서 정기적인 공시 의무를 지게 되고, 기관투자자들의 견제도 받게 돼 과거보다 투명한 경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양컴텍은 상장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과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에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독립이사를 선임하고 감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상장기업 수준의 거버넌스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방산주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과거 이슈보다는 미래 성장성에 무게를 둔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양컴텍은 이번 상장을 발판삼아 해외 진출 확대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종일 삼양컴텍 대표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고객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해 수출 성장을 이뤄내는 동시에 수출형 K2 전차 무기체계 개조 개발, K-레드백 방호 국산화 개발 등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