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대신증권 주가가 최근 한 달간 급등했다. 하지만 정작 대신증권은 발행주식의 25%에 달하는 자사주 비율에 반해 23년간 소각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수간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16.18%에 불과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를 합치면 사실상 40%대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막'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사실상 특수관계인의 우호지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신증권 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에서 지배구조 공고화 수단으로 주로 이용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이후 자사주 소각 한 번도 안 해
대신증권은 장기간 동안 자사주 매입은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자사주 소각에는 소극적이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23년 동안 실질적인 자사주 소각은 2012년 단 한 차례(20만주)가 전부다. 그 이후로는 구체적인 소각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매년 '검토하겠다',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립서비스만 반복해왔을 뿐이다.
올해 3월 내놓은 기업가치 향상 로드맵에서도 배당 늘리기만 말할 뿐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었다.
RCPS 소각? "그냥 빚 갚은 것뿐"
그런 대신증권이 최근 갑자기 '주식을 소각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8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133만주를 721억원에 사서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겉보기엔 마치 '드디어 소각에 나섰구나' 싶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이 RCPS는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사가 되려고 자기자본 늘리기 위해 발행한 것이다. 상환 시점이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돈 갚고 자사주로 바뀐 것을 소각처리하는 것뿐이다. 특히 전환 가격도 현재 주가의 2배나 돼서 주식으로 바꿀 수요도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고배당? 결국 특수관계인 주머니 채우기"
전문가들은 대신증권이 자사주 소각 대신 고배당 정책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자사주 소각과 배당은 모두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효과와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은 다르다. 주식 수 자체를 줄여버리니 남은 주주들의 몫이 커진다. 특히 지금처럼 주가가 낮아진 상황에서는 배당보다 소각이 훨씬 효과적이다. 또한 소각된 주식은 다시 발행할 수 없어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없다.
더불어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수 감소로 인한 주당순이익(EPS) 상승 △유통주식 수 감소로 인한 주가 상승압력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 등 다각도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배당은 일시적 현금 지급에 그치며, 배당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이 떨어진다. 배당 지급 후 주가가 배당금만큼 하락하는 '배당락'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자사주를 25%나 보유한 상황에 고배당을 하면 4분의 1은 회사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특수관계인들이 간접적으로 더 많은 배당을 챙기게 되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다른 경쟁사들도 일제히 배당율을 올리는 추세가 되면서, 대신증권의 고배당 정책이 더 이상 상대적 고배당인 아닌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런 비판들에 대해 대신증권 측은 "자사주 매입 사유는 책임경영, 주가부양"이라며 "현재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지향하는 상황에 자사주 소각에 어려움도 있다면서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고 고배당을 하는 방향으로 주주가치 환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증권업의 상황을 보면 자사주 소각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한다는 지적에는 "우호지분이 20% 정도가 있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 앞두고 '뜨거운 감자'
오는 9월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이 "자사주 소각 강제하는 법을 9월에 처리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법이 바뀌면 대신증권 같은 '자사주 대량 보유했지만 소각하긴 힘든' 사연있는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23년간 미뤄온 숙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할 판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