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대기업 독과점이 문제?" 슈카가 쏘아올린 빵값 논란, 오해와 진실
[뉴스줌인] "대기업 독과점이 문제?" 슈카가 쏘아올린 빵값 논란, 오해와 진실
  • 정단비
  • 승인 2025.09.0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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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규모 조사 결과 "독과점 폭리론" 오해 드러나...숨겨진 원재료의 비밀

유명 유튜버 슈카가 990원짜리 빵 팝업스토어를 열면서 한국의 빵값 논란이 재점화됐다. "990원도 이렇게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면 왜 대형 프랜차이즈는 3000원, 4000원씩 받느냐"는 비판이 쏟아지며, 그동안 제빵 대기업들의 독점과 폭리 때문에 빵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조사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는 전혀 다른 진실을 보여준다. 

한국 빵값이 비싼 진짜 이유는 유통 대기업의 독점이나 폭리가 아니라 원재료의 극심한 수입 의존도와 원재료 공급업체의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 것이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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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99.8%, 설탕 100% 수입에 의존

보고서에 따르면 빵의 핵심 원재료인 밀가루의 수입 의존도는 99.8%에 달한다. 2023년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 결과, 빵류 제조에 사용되는 밀가루 24만7306톤 중 국내산은 겨우 596톤(0.2%)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것은 백설탕으로, 수입 의존도가 100%다. 빵류 원료의 63.5%를 차지하는 밀가루와 9.7%를 차지하는 백설탕이 모두 수입에 의존하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이 고스란히 국내 빵값에 반영되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료소비 실태조사에서 1차 가공을 거친 원료는 '최초 원료'의 원산지를 기준으로 조사된다는 점이다. 이에 밀가루의 원료인 밀과 백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사탕무가 모두 수입산이기 때문에 원료 수입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는 것이다.

해외보다 비싼 원재료가 빵값 상승 부채질

국가별 원재료 가격 비교 결과는 충격적이다. 계란은 한국이 개당 688.3원으로 미국(438.6원)의 1.6배, 일본(247.1원)의 2.8배나 비싸다. 우유는 100mL당 311.6원으로 미국(145.8원)의 2배 수준이다.

밀가루도 한국이 100g당 194.2원으로 미국(173.1원)보다 비싸다. 재료부터 비싸니 완제품인 빵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의 식빵 가격은 100g당 703원으로 조사 대상 6개국 중 가장 비쌌다. 프랑스(609원), 미국(588원), 호주(566원)보다 모두 높다. 크루아상은 100g당 2281원으로 미국(1871원)보다 400원 이상 비싸고, 일본(702원)의 3배가 넘는다.

이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 빵값 상승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전쟁으로 밀 수입가격이 2020년 대비 2022년 4분기 기준 70.5% 급등했다. 이는 2023년 1~3분기 기준 빵류 원가 상승요인의 3.3%를 차지했다.

직접적 영향만 3.3%이고, 유통비·물류비 상승 등 간접 효과를 포함하면 실제 영향은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양산빵 대표 제품 10개의 제조원가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5~13% 상승했다.

"대기업 폭리론"의 오해

그동안 SPC삼립의 양산빵 시장점유율이 79.8%에 달한다며 독점 논란이 있었지만, 해당 보고서는 이것만으로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빵류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3.2%로 전체 식품제조업(3.7%)보다 오히려 낮다. 원재료비 비중은 50.1%이지만, 인건비 비중이 28.7%로 다른 식품제조업(8.1%)보다 훨씬 높아 수익성이 제한되는 구조다.

베이커리 전문점의 영업이익률도 6.3%로 치킨전문점(9.5%)이나 커피전문점(7.2%)보다 낮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진짜 독과점은 설탕 시장에 있었다

다만 진짜 독과점 구조는 빵 제조업체가 아닌 원재료 공급업체에 있었다. 설탕 시장은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가 시장점유율 93.9%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독과점 구조다. 공정위는 이를 2021년 기준 '독과점 구조 유지 산업'으로 분류했다.

원당 수입 관세는 3%로 낮지만, 정제당 수입은 30% 기본관세에 할당관세 물량도 연 10만 톤에 불과해 국내 제당업체들이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다.

계란도 지난 60년간 생산자단체의 '깜깜이 가격 고시'로 운영돼 왔다.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협상용 기준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조류독감이나 살충제 파동 때마다 가격이 널뛰기했다. 2024년 7월에야 이 제도가 폐지됐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빵값 상승에 일조해

보고서에서는 월 매출 6000만원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경우, 마진 35%(2100만원)에서 임대료, 제빵기사, 아르바이트 인건비, 각종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점주 순이익은 230만원에 불과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2017년 고용부의 제빵기사 직접고용 시정지시 이후, 점주가 직접 빵을 굽지 않고 자체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인건비가 더욱 늘어나게 됐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법도 오히려 빵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판매가격을 강제할 수 없다. 이는 가맹점 보호를 위한 조치로 시행됐지만, 역설적으로 지역별 가격 차이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임대료, 인건비 등 지역 여건을 감안해 가격을 올릴 수 있지만, 내릴 이유는 적다. 가맹점주들을 보호하려던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슈카의 990원 빵이 가능한 이유

슈카가 990원에 빵을 팔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천원빵 제조업체들처럼 마가린, 식물성 크림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제조업체의 마진율을 5% 미만으로 최소화하는 박리다매 방식으로 운영하면 된다.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로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임시 매장 운영으로 임대료 부담도 줄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원재료비와 인건비 상승에는 대책이 없다. 즉, 지금의 가격으로는 환경이 변화하면 장기적으로 판매는 힘들다는 것이다.

'빵플레이션' 해결책은 구조적 개선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선이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먼저, 원재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밀 생산 확대, 계란 생산기반 확충 등이 필요하다. 또 설탕 시장의 경쟁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할당관세 물량 확대, 수입 규제 완화 등으로 제당 3사의 독과점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번 보고서에서는 계란 유통구조의 투명화도 강조했다. 2024년 7월 '깜깜이 가격 고시'를 폐지한 것은 좋은 출발점이지만, 실거래가 반영되는 시장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슈카의 990원 빵 열풍은 소비자들이 얼마나 가성비를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소위 말하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나쁘다"는 단순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복잡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