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밥보다 비싸네”...끝나지 않는 빵플레이션의 악순환 
“빵이 밥보다 비싸네”...끝나지 않는 빵플레이션의 악순환 
  • 김다솜
  • 승인 2025.10.1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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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베이글 44%, 소금빵 30%↑…물가보다 2배 빠른 상승세
밀·설탕 등 원재료 수입 의존, 과점 구조가 가격 고착화
편의점·마트 PB빵 ‘가성비 대체재’로 부상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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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비싼 빵’이라는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국내 빵값은 40% 가까이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의 두 배를 웃돌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재료와 프랜차이즈 중심의 과점 구조가 맞물린 빵플레이션은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1000~2000원대 편의점·마트 PB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대비 올해 8월 빵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4%로 빵값이 두 배 이상 빠르게 뛰었다. 

한국의 빵 CPI는 2023년 기준 129로, 미국(125), 일본(120), 프랑스(118)보다 높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요국보다 낮았지만 2007~2020년 사이 연평균 4.9%씩 오르며 역전한 것이다. 

빵값 상승은 소비자들도 몸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한국신용데이터(KCD)의 ‘베이커리 시장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이글 중위가격은 4400~4900원으로 3년 전(2022년 6월)보다 44% 상승했다. 

샌드위치(7500~8300원)는 32%, 소금빵(3300~3700원)은 30% 올랐다. 같은 기간 빵 소비자물가지수가 19.4% 오른 점을 감안하면 대표 품목의 상승폭은 평균의 2배를 뛰어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줄지 않았다. KCD 분석에 따르면 판매량 1~2위는 소금빵(15.7%)과 샌드위치(15.0%)로, 빵이 디저트에서 식사 대용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도 ‘식사용’으로 빵을 구매한다는 응답이 42.5%에 달했다. 

 

수입의존·과점구조가 만들어낸 ‘비싼 빵’
PB빵의 반격…가성비 전쟁 시작 

빵값 급등의 배경에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빵·과자류 원료 중 국산 비중은 9.7%에 불과하다. 밀, 설탕, 버터, 계란 등 주요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과 운송비, 국제 곡물 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밀값이 급등했을 때 제빵업계는 일제히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후 국제 밀가루 가격이 안정된 뒤에도 빵값은 내려가지 않았다. 공급 불안 시기 인상된 가격이 이후로도 조정되지 않아 소비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구조의 왜곡도 빵플레이션을 가속화한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의 ‘제빵산업 시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SPC삼립이 양산빵 시장의 79.8%를 점유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중심의 과점 구조 속에서 가격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설탕 가격 담합과 밀가루 시장 독과점 문제를 조사하며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돼도 가공업체의 과점 구조가 유지되면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처럼 빵값 부담이 커지자 소비자들은 대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흐름이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자체 브랜드(PB) 빵이다. 1000~2000원대의 저렴한 가격과 일정한 품질을 앞세워 ‘가성비 빵’으로 자리 잡고 있다. 

CU의 PB브랜드 ‘베이크하우스405’의 경우 지난해 전체 빵 매출의 9.4%에 불과했던 비중이 올해 2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GS25의 ‘브레디크’·’성수’ 브랜드 역시 24.9%, 세븐일레븐의 ‘세븐셀렉트’도 20%까지 비중이 확대됐다. 

홈플러스는 ‘몽 블랑제’, 이마트는 ‘노브랜드 베이커리’, 롯데마트는 ‘풍미소’ 등을 내세우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격 차이는 뚜렷하다. CU의 스위트 페스트리는 1600원, GS25의 소보로빵은 2100원, 홈플러스의 단팥빵은 2200원이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두세 개만 사도 1만원을 훌쩍 넘는 현실에서 편의점·마트 빵은 합리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빵플레이션을 단순히 원재료나 환율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고 본다. 낮은 농업 생산성과 비효율적인 유통망, 과점 시장, 정부의 불완전한 개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에 원가 구조와 유통 체계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