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만 속여 떨어진 주가로 손실…감경은 특혜"
코스닥 상장 의료기기업체 이오플로우의 김재진 대표이사 및 임원들이 미국 법원의 거액 배상 판결 소식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특히 임원 2명이 자수를 통해 감경 혜택을 받은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임세진)는 9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오플로우 김재진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대표의 10억원 규모 내부거래, "일반 투자자만 속였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경쟁회사인 미국 인슐렛으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4억5200만 달러(약 6337억원)의 배상 평결이 선고됐다는 악재성 미공개 중요정보를 사전에 알고, 이 정보가 시장에 공개되기 전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하던 회사 주식을 매도해 9억9961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배상 판결은 이오플로우 자기자본 723억원 대비 877%에 달하는 초대형 악재로, 회사는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다.
정보 공개 전 이오플로우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4000원대에서 1만10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배상 평결 선고 소식 이후로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일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자수로 감경받은 임원들, "투자자 우롱" 비난
가장 큰 논란은 회사 임원 2명이 자수를 통해 감경 혜택을 받은 점이다. 김 대표뿐만 아니라 같은 날 동일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회사 주식을 처분한 임원 2명은 각각 1억4257만원, 1억3933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고, 공시 담당 직원은 4743만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했다. 검찰은 같은 날 이들을 약속기소했다.
검찰은 회사 임원 2명이 주식 매도일로부터 불과 7일 만에 자수서를 제출해 범죄사실 규명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여 2024년 1월 19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제448조의2 제1항 '형벌 등의 감면' 규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일반 주주들을 속여 부당이득을 챙긴 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수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연이은 지분 희석 이슈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에서 감경 혜택까지 받은 것은 선량한 투자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만 호구"
전체 부당이득 규모는 총 13억여원에 달한다. 김 대표를 비롯한 내부자들이 악재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반면, 정보를 몰랐던 일반 투자자들은 상한가에 주식을 매수한 후 하한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취득한 부당이득에 대해 이를 초과하는 벌금형과 추징형을 각각 구형해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상장회사의 내부자들이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내부 중요정보를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취득하는 범행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수를 통한 감경 규정이 오히려 내부자들의 편법 활용 통로가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당이득을 챙긴 후 전략적 자수를 통해 처벌을 피하는 것은 결국 일반 투자자만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것이다.
상장폐지 위기 직면한 이오플로우, 운명은?
이오플로우는 이번 미국 법원의 배상 판결로 인해 거래정지가 됐으며, 현재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어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다.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미국 인슐렛과 일회용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제품을 둘러싸고 미국과 EU에서 1년여간 법적 분쟁을 벌여왔다.
이오플로우는 미국에 이어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에서도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가 미국 인슐렛(Insulet Corporation)의 유럽 단일 특허 EP4201327을 침해했다고 최종 판단되면서 위기에 처한 상태다. 판결에 따라 이오패치는 유럽 17개국에서 제품 회수뿐만 아니라 판매가 금지된다.
현재 이오플로우는 인슐렛과 미국에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방항소법원에서 신속재판 진행 승인이 가능하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연방항소법원의 재판 일정과 위 회신 일정 등을 감안하면 빠르면 11월 초, 늦으면 12월 초 경에 항소심 재판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이오플로우는 지난 4월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2024년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다.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의견거절 사유를 밝혔다.
투자자들은 내부자들의 불법행위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이들이 감경 혜택까지 받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으며, 피해 투자자들을 위한 실질적 구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재진 대표이사의 반론>
해당 주식 매각 자체는 당시 진행 중이었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사전에 예정되었던 것으로 2024. 10. 16. 기제출한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거래계획보고서’를 통해 이미 공시되었던 것을 실행한 것이고, 증권사 담당자에게는 “공시 후 오후에 매각”해 줄 것을 명시적으로 요청하였으나 증권사 담당자가 김대표의 의사와 달리 전자공시 3시간 후 매각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각이 이루어짐으로써 문제가 생긴 사안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습니다.
아울러, 매각대금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집행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