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기사·업계 “전면 금지 신중해야”...현장 설문 93% 반대
정부 “휴식시간 의무 등 관리 방안 검토”
노동계가 ‘초심야(0~5시) 배송 제한’을 공론화하면서 새벽배송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택배기사의 과로와 건강 문제를 줄이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실제 현장 기사와 소비자, 업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22일 국회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0시부터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하고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주간 중심 교대제를 운영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전면 금지가 아닌 가장 위험한 시간대의 제한”이라며 “아침 일찍 필요한 물량은 5시 출근조가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송 현장에서의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쿠팡 CLS 위탁 기사 1만여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 배송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심야배송 제한 반대”, 95%가 “지금처럼 야간배송을 계속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기사들은 교통혼잡이 적고 엘리베이터 이용이 수월하다는 점(43%)과 수입이 높다는 점(29%), 낮시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22%)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응답자의 70%는 “심야배송이 막히면 다른 야간 일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도 업계도 ‘새벽배송 제한’ 우려
정부는 신중한 태도
소비자단체 역시 부정적이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새벽배송 이용 경험자의 98.9%가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으며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될 경우 불편을 느낄 것이라는 응답도 64.1%로 과반에 달했다.
새벽배송이 중단될 경우 예상되는 불편 분야로는 장보기(38.3%)가 가장 많았고 일상생활(28.0%), 육아 및 자녀 학업지원(14.2%)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단체는 “새벽배송은 1인가구, 맞벌이, 자영업자에게 단순한 편의가 아닌 생활 인프라”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쿠팡, 컬리, 오아시스, 쓱닷컴, 네이버 등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에게 새벽배송은 물류 효율성과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서비스다. 0~5시 한 구간만 멈춰도 전체 물류라인이 연쇄적으로 지연될 수 있어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불가피해지는 구조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정부 역시 신중한 모습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새벽배송 전면 금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익과 산업 영향, 노동자 건강권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근무일 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건강을 해치는 초심야 고정노동을 줄이자는 것일 뿐, 새벽배송 자체를 폐지하자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사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심야배송은 이미 일상 속 시스템이자 주요 생계수단”이라며 제도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대화기구는 노조, 정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연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새벽배송 제한 여부는 노동자의 건강권과 소비자 편익, 산업 경쟁력 간 균형을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