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에 구멍이 뚫렸다. 금융감독원이 임직원 7명을 중징계하고 기관에 경영유의 4건을 부과하면서, 현재 심사 중인 발행어음 인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감원은 10월 29일 메리츠증권에 경영유의 4건과 함께 임직원 7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직무 정보 부당 이용과 임직원의 불법 주식거래가 적발되면서, 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수관계인에 9억원 수수료 몰아준 전직 담당자
가장 심각한 사안은 전직 PF담당 임직원의 직무 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이다. 이 임직원은 2019년 10월부터 2020년 7월까지 팀장으로 근무하면서 대구와 부산의 부동산 PF 사업 금융자문·주선 업무를 담당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얻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가 용역을 수행한 것처럼 허위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메리츠증권이 단독으로 금융자문·주선 용역을 수행했지만, 특수관계인 회사가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수수료 명목으로 총 9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타인 명의로 불법 주식거래한 임직원 5명
메리츠증권의 전직 임직원 5명(영업이사 2명, 상무보 1명, 부장 2명)은 회사에 신고하지 않은 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전환사채와 전환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적발됐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의 임직원은 자기 계산으로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할 경우 자기 명의로 매매하되, 소속 회사에 계좌 개설 사실을 신고한 하나의 계좌만 이용해야 한다. 또한 분기별로 매매명세를 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2019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미신고 타인 명의 계좌로 전환사채와 전환주식을 거래하면서 회사에 분기별 매매명세도 통지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들 중 2명에게 퇴직자 위법·부당사항(감봉 3월 상당) 및 과태료 300만원을, 3명에게 퇴직자 위법·부당사항(감봉 3월 상당) 및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부실한 기록 관리와 불공정 계약 조항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경영유의 사항으로 4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2022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ELS 헤지거래 상대방 증권사 직원 등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면서 제공받는 자를 일부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는 등 기록 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또 부동산 PF 업무에서 금융자문·주선 용역이 실제 어떤 내용으로 수행됐는지 기록·관리하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일부 건의 경우 당초 수행하기로 한 용역의 일부를 수행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부동산 PF 대출 약정서 일부에서는 선취한 이자를 어떠한 경우에도 반환하지 않는 것으로 정해 금융소비자의 실질 부담이 과도해질 소지가 있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울러 부동산 PF 관련 금융자문·주선 계약서 일부에 "본 계약은 민법 제680조에서 규정하는 위임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민법상 위임과 관련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 금융소비자에게 잠재적으로 불공정하게 적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발행어음 인가에 영향 줄까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월 1일 금융위원회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특히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발행어음 인가의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이화전기가 발행한 400억원 규모의 BW에 투자했다가, 2023년 5월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 보유 지분을 전량 매도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으로 2년 가까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제기된 PF 연대보증 관련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혐의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대주단으로 참여한 PF 사업에서 연체 가능성을 이유로 선이자를 수취하고, 하도급 업체에 연대보증을 요구했다"며 "금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발행어음 인가 심사 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주주 적격성, 제재 이력, 내부통제 등을 종합 평가한다"며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수사와 이번 제재, PF 점검이 동시에 진행 중인 만큼 심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