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3370만명 정보유출로 온 국민이 불안해하던 12월 2일 아침. 메리츠증권 MTS에 뜬 푸시 알림 하나가 투자자들을 경악시켰다.
"김○○님 △△△ 100주 8만5000원 매수 체결"
문제는 자신이 산 게 아니라는 점이다. 타인의 실명, 종목, 수량, 매수가가 그대로 노출됐다. 쿠팡 사태로 개인정보 공포가 극에 달한 시점에, 증권사가 고객 재산 정보를 남의 폰으로 보낸 것이다.
회사는 "해킹 아니고 단순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단순 실수'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증권계좌는 쇼핑몰 주소보다 훨씬 민감하다. 자산규모, 투자성향, 재산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수수료 무료는 미끼였나…전산장애 민원 1위
금융투자협회 민원 현황을 보면 메리츠증권의 민낯이 드러난다. 2025년 1분기 전산장애 민원 45건 중 메리츠증권이 13건으로 단독 1위. 2위 신한투자증권(11건)을 제치고 '장애 제조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2024년 11월 메리츠증권은 해외주식 수수료를 완전 무료로 바꾸고 고객들이 몰렸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전산장애가 터졌다. 4억원 손실, 542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10월까지 전산장애 4건. 피해액은 1억6533만원, 피해자는 331명이다.
메리츠증권 전산장애 연대기
- 2024.12.19: 미국 주식 주문 먹통
- 2025.02.21: 합병 비율 계산 오류로 HMR 주식 30배 뻥튀기 → 실제 매도까지 체결
- 2025.05.06: 1시간 동안 미국 주식 거래 중단
- 2025.10.29: MTS·HTS 로그인 먹통
- 2025.12.02: 타인 거래내역 떴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년간 전산사고로 금감원이 내린 제재는 단 7건에 불과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증권사들 자체 집계 피해액은 154억8900만원인데 과태료 총액은 5억1160만원의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이다.
5년간 임직원 차명거래 1711건…업계 1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충격적이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증권사·자산운용사 임직원의 차명거래(타인 명의 계좌 불법 거래)가 총 3654건 적발됐다.
메리츠증권이 1711건으로 압도적 1위. 2위 삼성증권(1071건)보다 640건이나 많다. 전체의 거의 절반을 메리츠증권 직원들이 저질렀다.
차명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다. 증권사 임직원은 본인 명의로만 거래해야 하고, 모든 거래를 회사에 신고해야 한다. 타인 명의를 쓴다는 건 뭔가 숨길 게 있다는 추측이 나올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3년 10월엔 IB본부 직원이 CB 발행 정보로 수십억 챙겼고, 2025년 11월엔 전·현직 임직원 7명이 한꺼번에 제재받았다. 부동산 PF 정보로 사익 추구, 미공개 정보 이용이 끊이질 않고 있다.
앞서 2023년 메리츠증권은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기도 했다.
위반 내역 14건. 임직원 50명 이상 제재. 과태료 20억345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주요 10개 증권사 내부통제 위반의 3분의 1이 메리츠증권"이라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화전기 1700억 투자 → 회장 구속 하루 전 32% 전량 매도 → 100억 수익
2021년 10월,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그룹 3사의 BW에 17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2023년 5월 10일,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이 구속되기 딱 하루 전날, 메리츠증권이 보유한 이화전기 지분 32.22%를 전량 매도했다. 거래정지 직전에 매도를 한 것이다.
추정 수익 100억원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메리츠증권 본점, IB부서 등을 2023년 11월 1차 압수수색하고, 2024년 12월 19일엔 2차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현 시점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등으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 중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수천억원 규모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는 통과했지만, 아직 현장실사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2일에 일어난 타인 거래내역 노출 사고 영향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마지막 증권선물위원회가 끝나면서 발행어음 인가는 2026년으로 넘어갔다. 쿠팡 사태로 보안 민감도가 최고조인 시점에, 메리츠증권은 또 한 번 전산장애를 터뜨린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선제적 관리체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10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CEO 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 실패는 경영리스크가 아닌 생존 리스크"라며,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지배구조, 두터운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묻는다. "수수료 무료로 고객 끌어모으기가 중요한가, 시스템 안정성이 중요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