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석유화학산업 '역대급 위기'…지역경제까지 흔들린다
[뉴스줌인] 석유화학산업 '역대급 위기'…지역경제까지 흔들린다
  • 윤지현
  • 승인 2025.12.01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수·울산·서산 세수 30% 급감, 지역 상권까지 타격

한국 경제의 주축인 석유화학산업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 글로벌 4위 생산능력을 자랑하던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중국의 자급자족 전략과 중동의 공격적 진출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 경제 전체가 동반 침체하는 양상이다.

석유화학산업은 플라스틱, 포장재부터 건설자재, 전자기기 내외장재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기초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기간산업으로 꼽힌다.

한국의 석유화학 생산능력은 2024년 기준 13.0백만톤으로 글로벌 4위다. 중국(51.3백만톤), 미국(46.4백만톤), 사우디(17.6백만톤)에 이어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문제는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8%), 인도(7%), 베트남(6%), 튀르키예(5%)를 압도하는 비중이다. 그런데 중국이 2020년 이후 석유화학 설비를 대거 증설하며 자국 수요를 내부에서 해결하는 내재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여기에 중동 국가들까지 풍부한 원유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석유화학산업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됐다. 한국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됐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가동률 70%, 역대 최저 수준

실적 급감은 현실로 나타났다.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최근 석유화학단지 내 공장 가동률은 70% 수준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산업 침체의 파장은 석유화학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산업단지가 밀집한 여수, 울산, 서산 지역의 세금 수입(국세·지방세 합산)이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평균 30% 감소했다. 지역의 임대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까지 동반 위축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 구조개편 본격화

정부는 8월 20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 3대 방향'과 '정부지원 3대 원칙'을 발표했다. 설비 감축과 고부가 제품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핵심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연말까지 업계로부터 구체적인 사업재편 계획을 받아 금융·세제·R&D 등의 지원 패키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출받은 계획의 타당성을 검토한 후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1월 21일에는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고용 측면의 지원도 강화됐다. 고용노동부는 8월 여수시를 '고용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최초 지정했고, 11월에는 서산시를 추가 지정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생활안정자금 융자, 직업능력개발 지원,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등을 종합 지원한다.

산업부는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에 여수, 서산을 지정해 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전자금과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우대 지원하고, 협력업체와 소상공인에는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했다.

지자체, 맞춤형 지원 경쟁

지방자치단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전남도와 여수시는 산·학·연과 함께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협의체를 운영해 전국 최초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19개 맞춤형 지원사업(3,707억원 규모)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도는 8월부터 지역 석유화학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복지비 40만원을 지원하는 '안심패키지 지원사업'을 시행했다. 여수시는 175억원 규모의 지역상품권을 20% 특별할인 발행해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을 유도했다.

충남도와 서산시는 지역 석유화학 및 관련 전후방산업을 대상으로 기술지도, 시험분석 및 인증지원, 인력양성 등을 지원하는 '지역산업위기대응 맞춤형 지원'을 추진 중이다. 2월부터 관계기관 및 석유화학 기업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왔다.

울산시는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협의체'를 운영하며 올해 안에 '고용위기 대응지역', '산업위기 대응지역'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 재편, 지역경제 회복의 관건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단순한 산업 침체를 넘어 지역경제 전반의 문제로 확대됐다. 세수 감소는 지자체의 재정 여력을 약화시키고, 연관 산업의 위축은 지역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정부와 지자체가 구조조정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시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산업 재편을 통한 경쟁력 회복이다. 설비 감축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 성공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경제가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