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경고 “늙어도 일할 수밖에 없는 韓...제도 손봐야” 
IMF의 경고 “늙어도 일할 수밖에 없는 韓...제도 손봐야” 
  • 김다솜
  • 승인 2025.12.0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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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노령화 속 ‘조기퇴직-저소득-비정규직’ 악순환
건강수명 늘어 노동 공급 증가에도 구조적 취약성 여전
IMF “정년, 임금체계, 연금 공백 손봐야” 
11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newsis
11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2025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newsis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고령층 노동시장 구조를 두고 “노인들이 늙어서도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급속한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공백과 노동시장 경직성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고령층이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로 몰리고 있다는 취지다. 

IMF는 최근 발표한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건강한 고령화로 노동공급 감소를 일부 상쇄하고 있찌만 현행 제도가 노인들의 자발적 노동 참여를 막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990년대 중반 6%에서 2024년 20%로 상승했고, 합계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다. 생산연령인구는 2018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2050년까지 약 30%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고령층 노동공급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은 OECD 평균의 두 배, 70세 이상 고용률은 OECD 평균의 세 배를 웃돈다. 

IMF는 “한국 노인의 악력(grip strenth), 자기평가 건강상태(self-reported overall heath status), 일상생활 능력(ADLs, Activities of Daily Living) 등이 빠르게 개선돼 고령층 노동 참여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노인들의 건강이 10년간 개선될 경우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약 19%포인트 증가하고 퇴직 확률 또한 같은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해야 하는 韓노인…구조 뜯어 고쳐야

문제는 이같은 ‘높은 노인 고용’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IMF는 한국 기업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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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연수에 따라 임금과 퇴직금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에 대해 “고령 근로자를 유지하는 비용을 과도하게 높여 기업이 조기퇴직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인들의 은퇴 시점은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훨씬 이른 50대 중반에 집중돼 있다. 

연금제도 역시 구조적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은 만 63세부터 시작돼 조기퇴직 이후 상당 기간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이런 연금 수급 공백이 노인들을 저임금·단기·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노인의 소득 중 공적이전 비중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33%)에 불과하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한국 고령층의 일자리 질도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임시직·단기간 일자리 비중이 높고 동일 직장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은 25%로 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IMF는 “한국 고령층의 노동시장 지위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며 이는 건강개선 효과로 증가한 노동공급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노동력 감소 충격을 완화하려면 정년을 65세로 상향하고 연금 수급 연령과 실제 은퇴 시점 간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탄력근무·재택·단시간 근무를 확대하고 고령층의 직업훈련 및 디지털 역량 강화, 연공서열 임금체계 개편, 정규직 중심의 고용보호 완화 및 이중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임금체계 개편과 고용보호 규제 개선은 기업의 고령자 채용 부담을 줄이고 고령층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핵심 조치라고 강조했다. 

IMF는 “한국은 고령층 건강 개선이라는 긍정적 여건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편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인구 고령화가 성장 둔화로 직결될 것”이라며 “고령층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 ‘늙어도 일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