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가 최근 공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3.7년으로 전년 대비 0.2년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질병 없이 보내는 기간인 건강수명은 65.5년에 그쳐, 약 18년은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유병기간'으로 나타났다.
장수 사회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오래 사는 시간보다 혼자 아픈 시간이 더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격차는 고령 1인가구에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70세 이상 1인가구, 전체의 19.1%로 최대 비중..."배우자 사망 후 혼자 남는 시간이 길어진다"
2023년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인 782만 9천 가구이며, 연령대별로는 70세 이상이 19.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까지는 29세 이하가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70세 이상이 역전했다.
과거 청년 세대가 1인가구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배우자를 잃고 혼자 사는 노인들이 주된 계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24년 기대수명은 여성 86.6년, 남성 80.8년으로 약 5.8년의 차이를 보인다. 이 수치는 곧 여성 노인 1인가구 증가로 이어진다. 배우자 사망 이후 혼자 남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2023년 1인가구로 생활하는 주된 이유는 배우자의 사망이 31.9%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주관적 건강수명이 평균 73.8년에 그친다는 점이다. 즉 노년 여성의 경우 독거 기간 대부분이 '건강하지 않은 기간'과 겹치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되고 있다.
암·심장질환·폐렴…모두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2024년 출생아가 향후 주요 사인으로 사망할 확률은 암 19.5%, 폐렴 10.2%, 심장질환 10.0%, 뇌혈관질환 6.9% 순으로 나타났다.
암이 제거될 경우 기대수명은 3.3년 늘어나고, 심장질환은 1.2년, 폐렴은 1.0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 전체 기대수명을 '깎는' 이 세 가지 질환은 모두 조기 진단과 응급 대응이 생명과 직결되는 대표 질병이다.
특히 전년 대비 암, 폐렴 등으로 사망할 확률은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증가했다는 점에서, 만성질환 관리와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프면 바로 생활 붕괴'…1인가구의 돌봄·가사·응급체계 부재
다인가구 노인은 배우자·자녀의 일상적 보조를 통해 응급 상황 대응, 병원 동행, 식사 준비, 약 복용 확인 등의 생활 돌봄을 자연스럽게 분담할 수 있다.
반면 노인 1인가구는 병상에 눕는 순간 생활 전반이 즉시 중단된다. 가사 처리, 약국·병원 이동, 식사 해결, 배달 서비스 의존까지 모든 비용과 노동이 본인에게 집중된다.
2023년 1인가구로 생활한 기간은 5~10년 미만이 28.3%로 가장 많고, 10~20년 미만이 24.0%를 차지했다. 즉, 절반 이상의 1인가구가 5년 이상 혼자 살고 있다는 의미다.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8회로 OECD 평균 6.7회의 2.7배에 달한다.
하지만 노인 1인가구에게는 병원 동행이 필요한 경우, 교통수단 이용이 어려운 경우, 의료진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등 혼자 병원을 가는 것 자체가 장애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고령화'가 아니라 '고립된 고령화'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체 인구 중 20.1%를 차지하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2024년 생명표가 보여주는 현상은 단순한 장수 현상이 아니다. 노년이 길어지는 만큼 혼자 보내야 하는 '고립의 시간'이 너무 길고, 그 시간의 건강 위험이 너무 크다는 점을 드러낸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2052년에는 고령자 1인가구가 강원(27.1%), 전남(26.8%), 경북(25.8%) 등 12개 시·도에서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고령 1인가구 대상 방문 건강관리 강화, 응급안전·병원 동행 체계의 공공 서비스화, 중년 고립·건강위험군 조기 발굴, 만성질환 모니터링과 예방 중심 프로그램 확대 등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18년의 유병기간, 이제는 사회가 함께 감당할 때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유병기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4'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의 사회복지보건 분야 지출은 237조6천억 원으로 전체 국가 지출의 36.2%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예산이 노인 1인가구의 일상적 건강 관리와 돌봄에 얼마나 실질적으로 투입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병원 동행, 응급 알림, 방문 건강관리 등 '혼자 아픈 시간'을 줄이는 데 필요한 서비스는 여전히 민간 영역에 의존하고 있다.
노인 1인가구가 겪는 18년의 유병기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혼자 늙는 사회'를 국가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