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가고 월세 온다” 17조 ‘월세시대’ 개막에 은행권 대응은 
“전세 가고 월세 온다” 17조 ‘월세시대’ 개막에 은행권 대응은 
  • 김다솜
  • 승인 2025.12.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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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보고서
주택거래 65%가 월세…시장 규모 16.7조 전망
‘효자 상품’ 전세대출 감소에 은행 수익성 경고등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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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임대차 시장의 상징이었던 ‘전세’가 저물고 ‘월세’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전세 대출에 의존하던 은행권의 영업 전략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전세의 월세화에 따른 금융수요 변화와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보증부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39% 수준에 불과했던 월세 비중이 10여년 만에 시장의 주류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월세 시장의 성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2014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월세 거래량은 63만호에서 153만호로 약 2.4배 급증한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1.1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2022년 이후 고금리 기조로 전세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고 전세 보증금 미반환(전세사기) 공포가 확산하면서 오피스텔과 빌라를 중심으로 월세 전환이 가속화됐다. 이에 따라 국내 월세 시장 규모(임차인 월세 지출액 기준)는 올해 약 16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연구소
ⓒ하나금융연구소

월세살이는 더 이상 청년층이나 저소득층의 전유물이 아닌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3~4분위 중상위 계층에서도 전세가 감소하고 월세가 증가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 200만원 이상의 고가 월세 거래 비중이 2020년 8%에서 2025년 10월 기준 16%로 2배가량 증가하는 등 주거 가치관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권 ‘발등의 불’
“목돈 빌려주던 시대 끝…’현금 흐름’ 잡아야” 

전세의 월세화는 은행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끼고 있어 리스크는 낮으면서도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효자 상품이었다. 

하지만 전세 거래 위축으로 2022년 말부터 전세 대출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중 전세 대출 비중은 2021년 18.7%에서 2025년 6월 16.3%로 축소됐다. 

은행 입장에서 더 뼈아픈 것은 우량 고객의 이탈이다. 전세 대출 차주는 고신용자 비율이 85%에 달하고 미래 잠재고객인 2030세대 비중이 60%나 되는 알짜 고객군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월세 시대의 도래가 단순한 거래 형태의 변화를 넘어 금융 수요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목돈’에서 ‘흐름’으로의 이동이다. 

기존 전세 금융은 보증금 마련을 위한 ‘목돈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은 대출 이자 마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에 반해 월세 금융은 매월 발생하는 임대료의 납입과 관리 등 ‘현금 흐름’과 유동성 관리가 핵심이다. 

수익 구조 역시 달라진다. 전세대출은 2년이라는 만기 기간에 한정된 이자 수익 모델이지만, 월세는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바탕으로 결제 수수료, 자산 관리, 데이터 활용 등 비이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연구소는 “전세는 보증 기관에 의존한 담보 중심 영업이었지만 월세는 개인의 신용과 지출 이력을 분석하는 데이터 기반 금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라진 금융 수요에 맞춰 임대인과 임차인을 공략할 구체적인 상품 전략도 제시됐다. 

우선 임대인을 대상으로는 매달 들어오는 월세 수익을 미래 현금 흐름으로 인정해 자금을 빌려주는 ‘현금 흐름 담보 대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월세 소득을 급여처럼 인정해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임대 수익과 연계한 투자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의 접근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을 위해서는 단순 대출을 넘어선 ‘생활 금융’ 서비스가 요구된다. 월세 전용 입출금 통장을 통해 목적형 저축을 유도하거나 월세 카드 자동 납부와 같은 통합 지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주거래 고객’으로 묶어두는 전략이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대비한 임차인 배상책임보험 등 보험 상품의 다양화도 필수적이다. 

보고서는 “월세 가구 저변에 확대됨에 따라 민간 영역에서의 수요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며 “임대차 플랫폼 생태계와 협업을 통해 신규 손님을 확보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 모델을 고도화하는 등 생활금융 중심으로 확장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