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KT 민관 합동 조사단의 최종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KT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번 KT의 제재 수위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9일 성명을 통해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KT 사건을 서둘러 종결하려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졸속 조사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조사 인력을 쿠팡 사이버 침해사고 대응에 투입하겠다고 밝혀, KT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보다 '사건 정리'를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회의는 KT 해킹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SK텔레콤(SKT) 사고 당시와 동일한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KT는 해킹 사실 인지 직후 전 고객을 대상으로 정보 유출 가능성을 알리고, 민관 합동 조사 결과에 따라 전 고객 위약금 면제를 결정해 소급 적용했다. 4월 19일부터 7월 14일까지 87일간 위약금을 면제했고, 소비자들은 해지나 번호이동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반면 KT는 무단 소액결제 사고를 스미싱으로 치부하며 신고를 지연했고, 악성코드 발견 이후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자체 삭제하는 등 사고 은폐 의혹을 키워왔다. 민관 합동 조사단 중간 발표(11월 6일)에 따르면, KT는 2024년 BPF도어(BPFDoor)라는 악성코드에 서버가 대량 감염된 사실을 자체 파악하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심지어 해킹으로 지목된 서버를 3회에 걸쳐 폐기하는 등 조사 방해까지 자행했다.
조사단에 따르면, KT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8월 10일 자료 제출을 요구했을 때 "8월 1일에 관련 서버를 폐기했다"고 답변했으나, 실제로는 8월 1일 2대, 8월 6일 4대, 8월 13일 2대의 서버를 폐기했으며 폐기 시점을 당국에 허위 제출했다.
그 결과 침해 기간, 유출 정보 범위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고, 소비자들은 해킹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선택권을 박탈당했다.
피해 규모: 2만2227명 개인정보 유출, 소액결제 피해 2억4000만원
민관 합동 조사단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법 펨토셀(초소형 기지국) 20개에 접속한 2만2227명의 가입자 식별번호(IMSI), 단말기 식별번호(IMEI), 전화번호가 유출됐다. 조사단은 2024년 8월 1일부터 2025년 9월 10일까지 약 4조 300억 건의 기지국 접속 이력과 1억5000만 건의 결제 데이터를 전수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무단 소액결제 피해는 9월 18일 기준 362명, 2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KT는 9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불법 기지국 장비 실물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영진 교체로 책임 덮으려는 시도 용납 못해"
시민회의는 "KT 경영진 교체나 수장 교체가 소비자 보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별도의 문제이며,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보상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T는 최근 차기 CEO 최종 후보로 박윤영 후보를 선정했고, 김영섭 현 대표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KT 해킹 사건은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검토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과실로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소 87일 이상 위약금 면제해야
또 시민회의는 "KT는 합동 조사단 최종 결과가 공식 발표돼 소비자가 사고의 실체를 명확히 인지한 시점부터 전체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해킹 은폐, 조사 방해 등 죄질이 무거운 KT는 최소한 SKT와 동일한 87일(4월 19일~7월 14일) 이상의 위약금 면제 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소비자 권리 보호는 물론 형평성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2차, 3차 조사도 불사해야
더불어 시민회의는 "졸속 조사로는 진실도, 재발 방지도, 소비자 신뢰도 얻을 수 없다"며 "정부는 KT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시 2차, 3차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앞서 12일 "KT 합동조사 최종 결과 발표의 경우 쿠팡 개인정보 유출조사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많은 인력을 중복 투입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추가 조사가 남아 있고 경찰 수사와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조사 결과 발표 후 위약금 면제 및 영업정지 등 제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배 부총리는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사단 결과가 발표되면 위약금 면제·영업정지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통신업계는 KT의 가장 시급한 과제가 해킹 사태 수습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대응이라고 입을 모은다. 형식적인 권고나 솜방망이 처분으로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