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홈택스 그 후..세무서에 '헬게이트' 열렸다
차세대 홈택스 그 후..세무서에 '헬게이트' 열렸다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5.03.02 00:5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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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도기간 없는 갑작스런 변경..세무서 직원·업무 담당자 등 '멘붕'
▲ 차세대 홈택스 시행 후 세무서의 민원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국세청의 갑작스런 차세대 홈택스 도입으로 인한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행된 차세대 홈택스를 이용한 후 처음 맞은 월말의 세무서 풍경은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한 세무서의 민원실은 업무를 보기 위한 민원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전산시스템 변경으로 민원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빨리 업무 처리 되지 않았던 탓인지 곳곳에선 고성도 오갔다.

한 50대 남성은 장시간 차례를 기다렸지만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대기번호가 지나가 버리자 "내가 얼마나 기다렸지는 알아?!"라며 세무서 직원들에게 호통을 쳤으며, 여러 회사의 세무 담당자들은 '왜 이리 안오냐'는 회사의 독촉 전화를 받기에 바빴다.

사업자등록증 수정신청을 위해 1시간째 기다리고 있던 한 세무 담당자는 사장의 연락에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라고 전전긍긍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차세대 홈택스 시행 후 오류가 계속되자 지난달 27일 일괄적으로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시 일부 오류발생에 대한 안내'라는 메일을 사업자들에게 보냈다.

새로 개통한 홈택스 시스템에서 아직까지 전자세금계산서가 정상 발급되지 않는 오류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오류 수정 조치를 하겠다며 ▲'윈도우 7'이상의 PC를 사용하거나 ▲전자세금계산서 발급대행 사업자를 통한 발급 ▲가까운 세무서 방문 등의 안내 사항을 첨부했다. 

하지만 온라인 오류로 인해 세무서 민원실을 직접 찾은 민원인들은 세무서에 발이 묶여버렸다.

세무서 직원들 역시 새로운 홈택스에 적응할 시간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업무 속도는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느려졌고, 민원실 대기 인원이 100명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세무서 관계자는 "(이렇게 대기 인원이 많아진 것은) 월말이기도 하지만, 차세대 홈택스 때문"이라며 "심지어 세무서 컴퓨터도 오류가 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세무사 사무소 관계자 역시 "계도기간도 없이 며칠 안내만 하고 갑자기 세무 시스템을 바꿔 버리니 혼란은 당연한 것"이라며 "기습 변경도 아니고 정부의 행정처리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세청은 기존의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고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 세금관련 8개 민원사이트를 차세대 홈택스로 통합했다.

이후 짧았던 안내기간, 시스템 오류 등 문제 발생으로 사업자 및 세무·회계 담당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 국세청에서는 이렇다 할 사전 작업도 없이 설 명절 연휴 며칠전 이세로 등에 2월 23일 이후 사용하지 못한다는 공지를 띄우고 사업자들에게 메일 1통으로 차세대 홈택스에 대한 통지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 시스템 개발비 910억원, 이미 지출한 장비 리스료 330억원 가량과 오는 2020년까지 연간 리스료 110억원을 더 내야하는 등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시스템이 국민들로부터 원성만 사고 있어 세금 낭비 지적까지 나오고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