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웅진그룹의 프리드라이프 인수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배당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 알려졌다.
상조업체를 통한 과도한 자산 유출을 원천 차단하려는 조치로, 고배당을 통해 승계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도를 봉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한 윤새봄 부회장의 중장기 재무 전략에는 제약이 생길 전망이다. 과거 무리한 인수로 법정관리를 겪었던 웅진의 '제2막'에 변수가 생긴 셈이다.
공정위, 웅진에 '배당 100% 이내' 확약서 받아
최근 공정위가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프리드라이프의 배당 성향을 당기순이익 범위 내로 제한하겠다는 '피해 예방 방안 확약서'를 제출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금 규모에 사실상 제한을 건 것이다.
공정위는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을 감시할 내부거래심의위원회 설치도 약속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수익 범위를 넘어서는 배당을 차단해 모기업의 재무 리스크가 상조사로 전가되는 것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고(高)레버리지 인수 구조에 대한 우려
공정위가 이례적으로 특정 기업에 대해 배당 제한 조치를 취한 배경에는 웅진의 프리드라이프 인수 구조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웅진은 지난 6월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로부터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879억원에 인수했다. 문제는 인수 대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한 전형적인 차입매수(LBO) 구조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웅진은 인수 자금 중 6000억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1000억원은 영구채 발행 등으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웅진의 현금성 자산이 490억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 부분 외부 차입에 의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웅진의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고배당 통한 승계 자금 조달 가능성 차단
업계에서는 웅진이 차입매수 후 고배당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프리드라이프는 3분기 영업이익 787억원으로 웅진그룹 계열사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선수금도 약 2조6417억원 규모다.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프리드라이프에서 고배당 실시 → 지주회사 웅진이 배당금 수취 → 웅진이 다시 대주주인 윤새봄에게 배당 실시 → 윤새봄이 그 자금으로 웅진 지분 추가 매입 → 현재 2.5%p에 불과한 형과의 지분 격차 확대 → 승계 구도 완전 공고화.
공정위의 배당 제한은 이러한 '프리드라이프 → 웅진 → 윤새봄'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의 첫 단추를 끊어버린 것이다.
과거 일부 사모펀드나 기업이 상조회사를 인수한 후 공격적인 배당 정책으로 논란을 빚은 사례가 있어, 공정위가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승계 작업엔 영향 제한적…중장기 전략엔 변수
이번 조치가 윤새봄 부회장의 승계 자체를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승계 구도는 이미 상당 부분 확정 단계이기 때문이다.
웅진그룹은 지난 17일 임원인사에서 윤새봄 대표이사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023년 그룹 지주사 대표로 임명된 지 3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승계 작업이 차남 중심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다. 장남 윤형덕 부회장이 골프장 운영사를 맡고 있는 반면, 교육 사업과 지주사 경영은 차남이 주도해왔다.
지분율도 윤새봄 부회장 16.30%, 윤형덕 렉스필드 컨트리클럽 부회장 12.88%로 차남이 우위다. 다만 격차가 2.5%포인트(약 63억원 규모)에 불과해,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한 경영권 공고화 필요성은 여전하다.
공정위, 상조업계 전반 재무 압박 강화
공정위는 웅진 외에도 상조업계 전반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상조 가입자는 960만명, 선수금은 10조3348억원 규모다. 4년 전과 비교해 가입자는 40%, 선수금은 약 4조원 증가하며 시장 규모가 팽창하자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양대 상조공제조합에 담보금 비율 인상을 요구했다. 상조보증공제조합은 2029년까지 담보 비율을 24.3% 높이고 공제료율은 110% 올리기로 했다. 한국상조공제조합도 담보 비율 7.3%, 공제료율 35.3% 인상을 결정했다.
이러한 조치는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재무 여력이 부족한 중소 업체들은 강화된 기준을 맞추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통폐합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공정위는 상조업체 선수금 관리를 강화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입법 지원 노력도 지속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과거 트라우마 재현 우려
현재 웅진은 윤새봄 부회장이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성공시키며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하지만 2007년 극동건설 인수로 법정관리를 겪고 코웨이를 매각했던 과거가 있는 만큼, 이번에는 안정적 경영이 중요한 상황이다.
프리드라이프를 그룹의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하지만, 필요한 재무적 여력은 제약받게 됐다. 이에 웅진의 경우 승계 구도 자체는 확정됐지만, 경영권을 완전히 공고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드라이프가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아니면 과거 극동건설처럼 부담으로 작용할지는 앞으로 2~3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