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이 키운 쿠팡의 신뢰 위기, ‘탈팡’으로 번진다 
‘불통’이 키운 쿠팡의 신뢰 위기, ‘탈팡’으로 번진다 
  • 김다솜
  • 승인 2025.12.29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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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보 유출에 ‘셀프조사’…신뢰도 하락 자초 비판
국세청 조사·공정위 제재·인권위 권고 등 전방위 압박 직면
30일 6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 앞두고 ‘책임론’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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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단순한 보안 이슈를 넘어 기업 신뢰도 전반을 뒤흔드는 ‘총체적 난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쿠팡 측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며 악화된 여론은 노동, 유통 거래, 조세 문제로까지 들불처럼 번지는 모양새다.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과 소비자의 이탈 움직임 속에 쿠팡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유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쿠팡의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은 사태를 진정시키보다 불신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팡은 휴일이었던 지난 25일 기습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자체 포렌식 결과 유출된 3300만개 계정 중 실제 정보가 저장된 것은 3000여개에 불과하며 2차 피해는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즉각 정부의 반발을 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경찰 수사와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의 자백과 자체 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사태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쿠팡의 태도가 30일부터 예정된 국회 연석 청문회를 앞두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여론전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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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에서 시작된 ‘불똥’, 경영 전반의 이슈로 

보안 사고로 촉발된 불신의 불똥은 경영 전반의 다른 이슈들로 옮겨붙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 요원 150여명을 투입해 쿠팡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통상적인 정기 조사를 넘어선 규모로, 이번 사태와 맞물려 쿠팡의 재무 및 거래 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 및 유통 거래 관행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쿠팡의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배송직 채용 시 외국인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했으나 쿠팡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쿠팡이 지난해 납품업체로부터 수취한 판매촉진비와 판매장려금이 2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거래 금액 대비 약 10%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안, 조세, 노동 등 전방위적인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민심도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일명 ‘탈팡(쿠팡 탈퇴)’ 현상이 데이터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등의 자료에 따르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쿠팡의 주간 신용카드 결제액은 전년동기대비 약 4% 감소했으며 앱 일간활성이용자수(DAU) 역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500만명 선이 무너지는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반면 네이버, 컬리 등 경쟁 플랫폼의 결제액은 증가하며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도 쿠팡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30일과 31일, 국회 6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규모의 연석 청문회가 예정돼 있지만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 의장은 "해외 일정이 있다"면서 불출석 의사를 표명했다. 

김 의장은 지난 청문회에도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출석한 바 있다. 오히려 쿠팡 측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통한 로비 활동을 전개하며 한국 정부의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 프레임으로 대응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며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기술적 보안의 실패보다 위기 관리와 소통의 실패로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의 신뢰는 투명한 소통과 책임 있는 자세에서 비롯되는데 쿠팡은 사법당국의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성급하게 ‘셀프 면죄부’를 발행하려다 역풍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정부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대통령실까지 나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