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쿠팡에 '락인'된 소비자·판매사...'5만원 쿠폰' 배짱 보상에도 못 벗어나는 이유
[줌인] 쿠팡에 '락인'된 소비자·판매사...'5만원 쿠폰' 배짱 보상에도 못 벗어나는 이유
  • 정단비
  • 승인 2025.12.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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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낮은 보상안 강행, 경찰 배제 자체조사로 정부와 충돌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에도 '편의성 포로' 된 시장 구조가 배경

쿠팡이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소비자와 정부의 비판을 무시한 채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효성 낮은 보상안을 강행하고, 수사기관을 배제한 자체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배짱 영업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쿠팡 생태계에 갇힌 소비자와 기업의 '락인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5만원이라더니 실제론 5000원"...쪼개기 쿠폰 논란

쿠팡은 지난 29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3370만명에게 1인당 5만원 상당의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총 1조6850억원 규모로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례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보상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쿠팡 전 상품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알럭스 2만원 등 4가지 쿠폰으로 쪼개져 있다. 각 쿠폰은 1회만 사용 가능하며, 이용률이 낮은 쿠팡트래블과 알럭스가 4만원을 차지한다. 2026년 1월 15일부터 순차 지급된다.

탈퇴 회원은 재가입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결국 소비자 유입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들은 "평소 웰컴백 쿠폰 2만원보다 못하다", "보상이 아니라 마케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배제한 '셀프 조사'..."증거인멸 우려"

쿠팡은 지난 25일 개인정보 유출자를 특정했으며, 유출된 정보는 3000개 계정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경찰 수사와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습 발표해 논란을 키웠다.

쿠팡은 29일 이 내용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도 공식 공시했다. 한국 정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3300만 계정 접근, 3000건만 저장"이라는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9일 정례간담회에서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을 경찰에 임의제출하는 과정에서 미리 포렌식을 한 사실을 진술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청장은 "피의자를 먼저 접촉해 진술을 받아내고, 핵심 증거물을 자체 포렌식까지 했다"며 "만약 허위·조작 자료를 제출한 경우 불법, 위법 사안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쿠팡의 자체 조사 발표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알렸다"며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쿠팡의 조사는 국가 수사체계를 무시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까지 있는 행위"라며 "영업정지를 비롯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청문회서 위증 의혹...국정조사 추진

30~31일 이틀간 열린 국회 연석청문회에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의 위증 의혹이 불거졌다. 로저스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를 만난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국정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답변했으나, 국정원은 즉각 "쿠팡에 어떠한 지시를 한 바 없다"며 위증죄 고발을 국회에 요청했다.

쿠팡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사태 발생 29일 만인 지난 28일 서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청문회 출석은 거부했다. 김 의장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현재 해외 거주 중으로, 기존 예정된 일정으로 인해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대한민국과 국민, 국회를 무시하고 우롱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국정조사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로저스 대표 고발과 함께 김 의장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

'탈팡' 외침에도...대체재 없어 돌아오는 소비자들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직후인 12월 1일 1798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비밀번호 변경과 탈퇴 확인 등을 위한 일시적 접속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12월 6일 1594만명, 19일 1488만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사태 이전 평균 1500~1600만명대와 비교해 큰 폭의 이탈은 아니었다. 초기 감소 후 다시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경쟁사인 지마켓과 11번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사태 직후 일시적으로 이용자가 증가했지만, 12월 6일 기준 다시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대체 플랫폼의 부재와 쿠팡의 압도적인 편의성이 소비자 이탈을 막은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쿠팡의 탈퇴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지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쿠팡 탈퇴는 6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가 쟁점이다.

제조·판매사도 '쿠팡 의존'..."안 팔 수가 없다"

소비자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도 쿠팡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채널에 비해 판매 물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중소 생활용품 제조사 관계자는 "쿠팡에서 팔리는 물량이 다른 온라인 채널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며 "쿠팡과의 거래를 중단하면 매출이 반토막 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3사(GS25, CU, 세븐일레븐)도 모두 쿠팡이츠에 입점해 쿠팡의 배달 플랫폼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인정했다. 

한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0일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범위가 3300만건 이상이라고 확인하며, 쿠팡의 '3000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와 김범석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도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와 기업 모두 쿠팡 생태계에 깊숙이 락인된 상황에서, 쿠팡의 배짱 영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쿠팡 로고
사진=쿠팡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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