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격차는 줄었는데 자산격차는 벌어져..韓, 다차원 불평등 늪에
소득격차는 줄었는데 자산격차는 벌어져..韓, 다차원 불평등 늪에
  • 김다솜
  • 승인 2026.01.08 0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통합보고서 12년간 불평등 지수 분석 결과
‘개천 용’ 옛말…교육·건강까지 부의 대물림 이어져
국민 10명 중 8명 “경제 불평등 심각”...통계와 체감의 괴리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한국이 다차원적인 불평등의 늪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가 줄고 있다는 정부 통계가 무색하게도 자산을 중심으로 교육, 건강, 주거 등 삶의 전 영역에서 격차가 서로 맞물려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불평등의 고리는 청년의 희망을 꺾고 노인의 삶을 위협하며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흔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 등 국회 소속기관들이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사회 불평등의 현주소 - 2025 대한민국 불평등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다차원 불평등지수(H-MDI)’는 2011년 01.79에서 2023년 0.190으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한국 사회 불평등의 핵심 동인이 ‘소득’에서 ‘자산’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상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서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소득 불평등이 완만하게 감소하는 동안 부동산과 금융 자산을 포함한 순자산 지니계수는 2017년 저점을 찍은 뒤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며 U자형 반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기준 자산 불평등 요인은 2011년 대비 소득 불평등 요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영향력이 커졌다. 이는 성실히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물려받거나 투자를 통해 불린 자산의 격차가 계층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상속·증여가 자산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평등 인식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통계적 소득 분배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81.5%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뿐 아니라 자산 격차와 부의 세습을 불평등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와 교육, 계층 이동 사다리도 끊어져 

자산 격차는 주거 불안정으로 직결되며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 청년층의 주거 빈곤은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됐다. 청년층의 아파트 거주 비중은 19.7%에 불과한 반면, 월세 거주 비율은 68.6%에 달했다. 보증금 없는 월세나 사글세 등 극도로 불안정한 주거 형태도 10.5%나 차지했다. 

반면 자산 축적 기회를 가졌던 40~50대 중년층은 아파트 거주 비중이 67.8%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높은 주거비 부담 탓에 자산을 모으지 못하고 이것이 결혼과 출산 포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교육의 영역에서도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을 결정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가정 배경이 좋지 않음에도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일 가능성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양호한 편이지만 그 영향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 진학 선택 기회가 가정 배경에 의해 구조화되고 있으며 재수나 반수 등 ‘패자부활전’의 기회조차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계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10년 전보다 더 뚜렷해졌다.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소득 계층 간 교육 격차를 벌리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수명까지 불평등이 결정한다 

불평등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기대수명 격차는 약 6.5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기대수명과 주관적 건강 상태가 일관되게 낮게 나타났으며 이같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는 ‘미충족 의료’ 경험은 저소득층, 노인, 농어촌 거주자에게 집중됐다. 

보고서는 “건강 불평등은 개인의 선택 결과가 아니라 소득, 주거, 노동 환경 등 사회적 결정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의료 접근성 강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 불평등의 또다른 뇌관으로 고령층 빈곤을 지목했다. 한국 노인들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이 일하고 있음에도 빈곤율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의 경우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빈곤율이 50%를 상회하는 등 공적 연금 체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층 내부에서도 자가 소유 여부와 연금 수급액에 따라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지하, 반지하, 옥탑방 거주 비중이 늘어나는 고령층의 주거 현실은 이들이 겪는 빈곤의 깊이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기존의 소득 중심 재분배 정책만으로는 현재의 다차원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불평등 완화 정책은 소득 중심 접근을 넘어 자산과 삶의 조건 전반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구체적인 해법으로는 ▲자산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보유세 및 자본이득세 체계 정비 ▲청년층 주거비 부담 완화 및 자산 형성 지원 ▲교육 기회의 실질적 공정성 제고를 위한 공교육 강화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 정책의 건강’ 접근 도입 등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