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가 주택경기 침체와 수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업계 최초 연간 수주 25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
전통적 건설사에서 '에너지 전환 리더'로의 전략적 변신이 실적으로 입증되면서, 국내 건설산업의 미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2030년 목표, 5년 앞당겨 달성
현대건설이 발표한 2025년 수주 실적은 25조 5,151억원(추정치)으로, 전년(18조 3,111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4년 3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30년까지 연간 수주 25조원' 목표를 1년 만에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사업구조 전환의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건설은 기존 토목·건축 중심에서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수주한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페르미 아메리카와의 대형원전 4기 기본설계 계약, 핀란드 신규 원전 사전업무 계약, 미국 텍사스 태양광 발전사업, 신안우이 해상풍력 등 에너지 생산 분야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사우디 송전선, 수도권 데이터센터 수주까지 더해지며 에너지 생산-이동-소비 전 분야로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 확대가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한다. 국내 시장 포화와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기술력 기반의 선진시장 공략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비경쟁 수주 확대가 핵심 전략
수주 규모 못지않게 의미 있는 변화는 수주 방식의 변화다. 현대건설은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비경쟁 수주 비중을 늘리고 있다. 3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해수공급시설 수주는 40년 이상 현지 국책사업을 수행하며 쌓은 신뢰가 결실을 맺은 사례다.
또한 기본설계(FEED) 단계부터 참여해 본 공사(EPC)까지 독점적으로 진행하는 전략, 사업 초기 기획·투자 단계부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 등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주택 부문에서도 경쟁 방식이 달라졌다. 개포주공 6·7단지, 압구정 2구역 등 서울 한강벨트 핵심 재건축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도시정비사업 최초로 연간 10조원을 돌파했다.
"2026년, 전략의 실행 원년"
현대건설은 올해를 '성장 가시화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다진 사업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성과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미국 에너지부의 SMR 펀딩 프로그램에 선정된 '팰리세이즈 SMR-300', 해상풍력사업 등이 본격화된다. 송전 분야는 사우디뿐 아니라 호주 등 신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데이터센터는 개발부터 운영까지 업역을 확장하며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도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양수발전,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지속가능항공유(SAF),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핵심사업 전담팀을 구성하고, R&D조직을 재편해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 또한 전략기획사업부 산하에 '워크이노베이션센터'를 신설해 AI 활용 등 일하는 방식 혁신에도 착수했다.
다만 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프로젝트 진행 기간이 길고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재무 건전성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건설 이한우 대표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이래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견고한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며 "올해는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건설업계가 인구 감소와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사업 전환 전략이 실제 성과로 입증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