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주택 경기 침체가 겹치며 2025년 실적 부담을 겪은 건설업계가 2026년을 기점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 비중을 줄이고 AI 기술, 원전, 데이터센터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2025년 3분기까지 성적표…실적은 엇갈렸다
2025년 3분기까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전반적으로 쉽지 않은 경영 환경에 놓였다. 공사비 상승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택 분양 시장이 위축되며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건설은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 23조27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수주는 26조1163억원으로, 연간 수주 목표(31조1000억원)의 약 84%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의 연간 실적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개선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10조1015억원, 영업이익 388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테크·해외 프로젝트 준공 영향으로 외형이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회사는 2025년 건설부문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15조9000억원으로 제시했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잔고는 9조2388억원이다.
대우건설은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6조3406억원, 영업이익 29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감소했지만, 3분기까지 신규 수주 11조1556억원을 확보하며 수주 측면에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DL이앤씨는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5조70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239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원가율 안정화와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수익성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 9조4670억원, 영업이익 38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주택사업 원가율 개선이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12조3386억원이다.
2025년 실적은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매출 확대보다 이익률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이에 올해는 수익성 중심 전략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주택 줄이고 원전·데이터센터 늘린다
2026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주 포트폴리오의 재편이다. 저마진 주택 비중을 대폭 낮추고 원전·플랜트·데이터센터 등 고수익 신사업으로 채우는 전략이다.
지난해 연간 수주 25조를 달성한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본계약, 핀란드 신규 원전,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등 중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원전·에너지 프로젝트와 대형 인프라 사업을 통해 해외 수주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공항, 데이터센터, 메트로 등 기술 집약형 프로젝트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AI 서버 냉각 시스템 등 특수 기술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시공이 새로운 수주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플랜트(약 3조원), 체코 원전, 이라크 해군기지 등 대형 해외 프로젝트 본계약 체결로 수익성 개선에 나서며, GS건설 역시 수익성 기준을 강화한 수주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요 건설사들의 수주 잔고에서 비주택 사업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주택 경기 변동성에 대한 노출을 줄이려는 구조적 변화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로 원가 방어, 안전사고도 줄인다
2025년의 교훈은 공사비 예측 실패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을 제때 반영하지 못해 수주 후 적자를 본 사례가 속출하자, 건설사들이 2026년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DL이앤씨는 생성형 AI 기반 설계 자동화와 원가 분석 시스템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에 라이다와 AI 센서를 장착해 야간 현장 순찰과 균열 탐지를 정규 공정에 포함시켰다.
더불어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시 수천 페이지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생성형 AI로 사전 필터링하는 법무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AI가 BIM(빌딩정보모델링) 데이터와 연동해 견적을 1시간 만에 산출하는 시스템도 확산되고 있다.
GS건설 역시 AI 기반 계약·기술 검토 시스템을 도입해 행정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수주액'보다 '현금흐름' 챙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경영 지표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 수주 규모보다는 '현금흐름과 재무 안정성'이 핵심 지표로 부상했다.
증권가에서는 “2025년 하반기부터 원가율 안정에 따른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며 “2026년에는 해외 신사업과 비주택 부문의 성과가 실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포스코이앤씨는 철강 분야 강점을 살린 친환경 플랜트와 해상풍력으로 '그린 리모델링' 시장을 공략하며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2026년은 건설사들이 '노동 집약'에서 '기술 집약'으로 완전히 이동하는 분기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