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생계형 창업’ 몰려..영업이익률 5%대로 추락
부채 1000조 돌파…”금융지원 넘어 출구전략 시급”
대한민국 자영업 시장이 인구 고령화와 함께 소비 침체, 부채 급증이라는 ‘삼중고’에 갇혀 구조적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은퇴한 고령층이 준비 없이 생계형 창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핵심 소비층과 젊은 사업자는 이탈하면서 시장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식의 ‘연명 치료’를 멈추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전직 지원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미래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구구조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자영업 시장의 구조전환과 미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2023년과 2024년 연속으로 90만명을 넘어섰다. 창업은 줄어드는데 문을 닫는 가게만 늘어나며 시장의 활력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급격한 ‘고령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개인사업자 중 60대 이상 비중은 2009년 22%에서 2024년 37%로 1.7배 급증했다. 반면 시장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30~40대 자영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층 창업의 질이다. 보고서는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내몰린 고령층이 진입 장벽이 낮은 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업종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창업 준비 기간이 짧고 디지털 적응력이 낮아 경쟁에서 쉽게 도태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령층이 주도하는 음식·주점업 등의 디지털 도입률은 20~30대(40% 전후)에 비해 현저히 낮은 8.1%(60대 기준)에 불과해 배달앱이나 키오스크 활용 등 비대면 소비 트렌드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락하는 영업이익률…대출잔액 1000조 돌파
자영업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8년 20.7%에서 2024년 5.5%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매출액 대비 재료비와 인건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이 급등한 탓이다.
특히 ‘빈손 영업’이 속출하고 있다. 음식 및 주점업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도 되지 않는 영세 사업자의 비중이 2018년 5.4%에서 2023년 25.2%로 5배 가까이 폭증했다. 반면 과거 가장 두터운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이익 ‘3000만~5000만원’ 구간은 같은 기간 34.3%에서 19.3%로 쪼그라들었다.
중산층 자영업자가 몰락하고 빈곤형 자영업자가 양산되는 ‘하향 평준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수익성 악화는 고스란히 빚으로 전이됐다.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2014년 372조원 수준에서 2025년 1분기 기준 1068조원으로 10년 새 약 3배 불었다.
질적인 위험도도 높다.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19시기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으로 억눌러왔던 부실이 경기 악화와 맞물려 터져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퍼주기식’ 금융지원이나 무분별한 창업 지원은 오히려 자영업 생태계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억제하고 한계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는 “기존 정책은 창업과 단기 경영안정에만 치우쳐져 있어 구조적 전환을 유도하지 못했다”며 “정책의 방향을 ‘유지’에서 ‘전환’으로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은퇴 후 생계형 창업 지양 ▲업종전환 교육 및 전직 훈련 정교화 ▲폐업 소상공인의 노동시장 흡수 노력 강화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