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공정거래법 첫 적용…차주 선택권 제한
국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4대 시중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을 사실상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 공정거래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정보 교환 형태로 이뤄진 관행적 행태가 개정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으로 판단되면서, 금융권 담보대출 관행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하나은행·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이 LTV를 포함한 부동산 담보대출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LTV 비율을 조정해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2022년 3월 무렵부터 2024년 3월 무렵까지 가계·기업 대상 부동산 담보대출 전반의 정보를 공유했고, 타 은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약화시켰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해당 행위가 거래조건 또는 대가 지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 것으로,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담합의 영향이 반영된 관련 매출액(이자수익 기준)은 약 6조8,000억 원으로 산정됐다.
은행별 관련 매출액은 하나은행 2조1,000억 원, 국민은행 1조7,000억 원, 신한은행 1조5,000억 원, 우리은행 1조2,000억 원 수준이며, 과징금은 각각 869억 원·697억 원·638억 원·515억 원으로 정해졌다.
공정위는 4개 은행의 LTV가 비담합 은행 평균보다 낮게 유지된 점에 주목했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추가 담보를 요구받거나 고금리 신용대출로 자금 조달을 전환해야 하는 등 조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2021년 1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 체계에서 ‘경쟁 제한적 정보 교환’을 담합으로 제재한 첫 사례라고 강조하며, 향후 금융권을 포함한 각 분야의 유사 행위를 엄정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