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삼성중공업, '12년 만에 성과급'의 의미…조선업, 이제 사람이 중요하다
[인사이트] 삼성중공업, '12년 만에 성과급'의 의미…조선업, 이제 사람이 중요하다
  • 정단비
  • 승인 2026.01.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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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성과급을 지급하는 삼성중공업의 결단 뒤에는 조선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가 숨어있다. 단순한 '실적 회복'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번 성과급 지급은 조선업이 '인력 경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208% 성과급, 무엇을 말하는가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근속 연수와 직군에 따라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상여 기초액의 최대 208%로 책정해 지급한다. 2014년 이후 12년 만이다. 주목할 점은 본사 직원뿐 아니라 사내 협력사 직원들도 근속 연수에 따라 지급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 단순한 보상을 넘어 '인력 이탈 방지책'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숙련공 유출이 곧 경쟁력 손실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협력사 직원까지 포함한 파격적 지급은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화오션도 2025년말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원청과 하청에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영업손실 6조원을 넘겼다. 이후 저가 수주 물량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 결과, 2023년 영업이익 233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 5027억원, 당기순이익 53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기조를 확고히 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진짜 동력은?


업계는 이번 호황이 과거와 다른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다고 분석한다.

2000년대 초반 건조된 선박들이 선령 25년을 맞아 대규모 교체 시기에 진입했고, 전 세계적인 도크 부족으로 선주들의 발주 경쟁이 심화되며 신조선가는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신조선가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지표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2026년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LNG·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급증했다. LNG선 등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는 한국 조선사의 수주 비중이 70~80%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LNG 수요가 고착화되고,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LNG 운반선 발주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조선소들은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참여를 추진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증권가 전망, "2026년은 수익성의 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2026년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6조609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5년 추정치 4조5613억원 대비 44.9% 증가한 수치다.

HD현대중공업은 조선·엔진 부문의 실적 개선과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 확대에 힘입어 2026년 영업이익이 3조원대 중반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친환경 선박과 이중연료 엔진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중공업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 고마진 해양플랜트 물량 인도와 LNG선 매출 인식 확대에 따라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2~2023년 수주한 고선가 LNG선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점이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특수선(방산)과 상선 부문의 수익성 회복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026년 영업이익이 1조원대 중후반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이익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 공통된 평가다.

조선 3사는 현재 3~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해 선별 수주가 가능한 '판매자 우위 시장'에 있다. 2022~2023년 고가로 수주한 LNG선이 2026년부터 본격 인도되며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과제: 인력 확보와 숙련도 유지


비약적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인력난 해소와 숙련도 향상은 여전한 숙제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6년 수주 목표를 약 233억 달러 수준으로 제시했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연간 100억 달러 안팎의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이 전년 대비 14.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발주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은 약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2026년 수주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신조선가 하락과 발주 감소 흐름이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까지 실적 상승 기대는 이어질 수 있지만, 2024년 10월부터 하락을 시작한 선가는 2027년 실적에 가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삼성중공업의 12년 만의 성과급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조선업이 '저가 수주 경쟁'에서 '인력 확보 경쟁'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했음을 상징한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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