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년간 최대 20조원" 지원 약속…부산·경남은 "자치권 우선" 요구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과 정부의 파격적 인센티브 제시로 전국 광역자치단체들의 행정통합 논의가 일제히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구·경북이 1월 28일 경북도의회 의결로 통합 절차의 첫 관문을 통과하며 선두로 나섰고, 대전·충남·광주·전남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했다. 정부가 통합특별시당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이라는 전례 없는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역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 통합특별시당 4년간 최대 20조원 파격 지원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 관련 브리핑을 열고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이 곧 지방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는 행정통합 추진에 불을 지폈다. 통합특별시에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존 지방교부세와는 별도로 '행정통합교부세'와 '행정통합지원금'을 신설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총리는 "지역균형발전은 지역을 배려하는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그 핵심 수단 중 하나가 바로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통합이 완료될 경우 해당 지역의 재정 규모가 현재보다 약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에 각각 매년 최대 5조원 수준의 재정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정 지원 외에도 파격적인 지원책이 쏟아졌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 부여, 부단체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격상, 소방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핵심 보직 1급 운영 가능,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실·국 설치 및 인사운영 자율성 강화 등이 포함됐다.
2027년 본격 추진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 시에는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고, 현재 통합시 내에 있는 국가 소속 특별지방행정기관 업무도 이관한다. 통합특별시 입주 기업에 대한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지원금 지원, 토지 임대료 감면,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도 추진된다.
대구·경북, 45년 만의 재통합 '첫 관문' 통과
정부의 파격 인센티브 발표 이후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인 곳은 대구·경북이다. 1월 28일 경북도의회는 제36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경상북도와 대구시 통합에 대한 의견 제시의 건'을 재석 의원 59명 중 찬성 46명, 반대 11명, 기권 2명으로 가결했다.
1981년 대구 직할시 승격으로 분리된 지 45년 만에 재통합을 위한 최대 고비를 넘은 것이다. 앞서 대구시의회가 지난해 통합 찬성 의견을 제시한 만큼, 광역의회 차원의 공식 동의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제안 설명에서 "지금의 절박한 현실을 희망으로 바꾸는 길,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행정통합은 지방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자 시대적 요청"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은 총 7편, 17장, 18절, 335개 조문에 특례 319개를 담은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2024년 당시 법안을 기반으로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법률안까지 검토·반영했으며, 북부 지역과 시군 의견 수렴을 거쳐 내용을 대폭 확대했다.
특별법안에는 양도소득세 100% 교부, 법인세(100분의 10) 교부, 부가가치세 중 지방소비세 제외 금액의 1천분의 5 교부 등 강력한 재정 특례가 포함됐다. 부시장은 정무직 국가공무원 2명, 정무직 지방공무원 2명을 두도록 하고, 부교육감은 3명 체제로 운영한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함께 이달 안에 법안을 발의하고, 2월 중 중앙부처와 특례 협의, 국회 상임위 법안 심사와 본회의 의결, 법률안 공포가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목표는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이다.
통합이 완성되면 인구 약 495만명, 서울 다음 대한민국 최대 면적의 특별시가 탄생하며, 글로벌 국제공항(대구국제공항)과 항만(포항신항)을 동시에 보유하는 새로운 국가 중심지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경북 북부지역의 반발은 여전하다. 안동·영주·봉화 등 북부권 11명의 도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안동시의회는 "이번 통합은 경북 북부권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국가 균형발전의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며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대전·충남, 대통령 발언 이후 초고속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8일 충남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후,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2일 자치혁신실 산하에 '대전·충남 행정통합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운영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7일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대전·충남 통합을 통해 '5극'의 문을 연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고, 의원들도 다들 그 부분에 공감했다"며 "기간이 길어진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내년 3월까지는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통합 논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충청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시대적 요청"이라며 "행정통합 구상에 대한 대통령의 분명한 의지 표명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충남은 인구 약 357만명 규모로, 6·3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한다는 목표 아래 2월 특별법 통과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졸속적 통합 추진"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공청회, 주민 의견 수렴, 이해관계 조정, 법안 마련 및 국회 통과 등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교육청 참여한 '대통합' 모델 제시
광주·전남은 정부 인센티브 발표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통합 논의를 진행해왔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광주·전남이 공동으로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즉각 구성하자"고 전라남도에 공식 제안했다.
강 시장은 "행정통합을 위해서는 전남의 동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전남이 먼저 행정통합 추진 의지를 밝힌 만큼 광주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즉각 화답했다. 김 지사는 "새 정부가 강력한 의지로 과감한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있는 지금이 광주·전남 행정통합의 최적기"라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이런 조건이 갖춰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은 이달 14일 한 발 더 나아갔다. 국회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관련 시도지사·교육감 간담회'에서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이 '광주·전남 대통합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다.
행정통합 논의에 교육청이 공식 참여한 것은 전국 최초 사례다. 합의문에는 행정통합 이후에도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교육이 지역 발전의 핵심 기반이라는 인식 아래 교육자치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고히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4자 협의체는 '(가칭)광주전남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2026년 2월 국회 통과를 공동 목표로 설정하고, 정부·국회·시도의회와의 긴밀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전남은 시·도민 공감대 확산을 위해 27개 시·군·구별 설명회, 토론회, 간담회 등 공청회를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는 여수·광양(1월 27일), 담양·보성(1월 28일), 완도·해남·진도(1월 29일), 곡성·구례(1월 30일) 등을 순회하며 도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김 지사는 "전남광주특별시가 되면 동부권·서남권·광주권을 3핵 3축으로 가야 하며, 행정은 3핵, 경제는 3축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역 균형발전 방안을 제시했다.
부산·경남, "자치권 우선" 정부 방식 정면 비판
부산·경남은 정부의 파격 인센티브 제시에도 불구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1월 28일 부산신항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며 정부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두 사람은 정부의 일방적인 통합 방식과 지방선거를 시한으로 제시해 통합을 먼저 추진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추가 부여하겠다는 방식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양 시·도지사는 "지방정부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 재정분권과 자치분권이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정부가 제시한 '4년간 20조 원 지원'과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 '공공기관 이전' 등의 일회성 유인책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분권에 역행하는 중앙집권적 발상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미국 연방제 주(州) 수준에 준하는 자치입법권, 과세권, 산업 및 지역개발권 등 실질적인 권한 이양을 요구했다. 특히 남해안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복합 규제 완화와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규제 및 특구 지정 등 기업 투자유치 관련 전권을 지방정부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남은 "2026년 연내 주민투표에서 50% 이상 찬성 시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28년 총선에서 통합 자치단체장 선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6·3 지방선거가 아닌 2028년을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이미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부산 12차례, 경남 17차례의 주민설명회와 권역별 토론회를 개최하며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부산 55.5%, 경남 51.7% 등 평균 53.6%의 시·도민이 행정통합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같은 날 "중앙집권 구조 속에서 행정구역만 확대하는 통합은 지역 간 쏠림과 시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완전한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 행정통합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는 "부산·경남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충분한 논의 후 울산 시민 50% 이상 찬성 시 주체로서 참여하겠다"고 했다.
부·울·경 통합이 완성되면 인구 770만명, GRDP(지역내 총생산) 370조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여야 정치권 엇갈린 반응…"선거용" vs "생존전략"
더불어민주당은 행정통합을 적극 추진하며 초대 통합시장 선거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전에서는 서구청장을 지낸 장종태 의원과 재선의 장철민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양승조 전 충남지사도 출판기념회와 북콘서트 등을 통해 출마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다.
정치권에서는 첫 광역 통합지자체라는 상징성과 인구 357만명을 대표하는 단체장으로서, 대선주자급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법 제정 등 통합이 가시화하면 중량감 있는 인사의 도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조승래 사무총장,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박수현 수석대변인 등이 잠재적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지난 7일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발전특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행정통합을 지방 주도 성장의 선언"으로 평가하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민주당 특위에서 통합 지자체 명칭을 '충청특별시'(가칭)로 언급한 데 대해 "144만 대전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행정통합 논의는 이제 국회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대구·경북은 2월 법안 발의, 광주·전남·대전·충남은 2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까지는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대구·경북은 2월 국회 법안 발의 및 심사, 2~3월 국회 본회의 의결 및 법률 공포를 거쳐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한다. 대전·충남과 광주·전남은 2월 특별법 국회 통과,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을 추진한다. 부산·경남·울산은 2026년 공론화 및 주민투표를 거쳐 2028년 총선에서 통합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