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로 촉발된 플랫폼 규제,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우려
쿠팡 사태로 촉발된 플랫폼 규제,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 우려
  • 윤지현
  • 승인 2026.02.13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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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플랫폼 산업 전반을 겨냥한 규제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 경종이 울리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최근 발표한 이슈페이퍼를 통해 "특정 기업의 사고가 플랫폼 산업 전체를 옥죄는 규제의 명분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개별 사고에서 산업 전반 규제로 확산

쿠팡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를 넘어 공정거래, 노동, 조세,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규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선임전문위원은 "개별 기업의 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이 플랫폼 산업의 운영 방식과 거래 구조 전반을 재정의하려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쿠팡 사태 이후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는 전방위적인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과징금 상한을 매출액 10%까지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과징금을 기존 6%에서 20%로 대폭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온플법·음플법' 등 사전 규제 중심으로 전환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과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음플법)' 등 사전 규제 중심의 입법 움직임이다. 온플법은 계약서 8대 필수 항목 기재, 정산기한 단축(20일), 판매대금 50% 이상 예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을 넘어, 사고가 날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사전적 의무 설정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비즈니스의 과정과 구조 자체를 통제하려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 더 가혹한 규제 부담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체급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 적용될 경우 스타트업에 비대칭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온플법은 매출액 100억 원 또는 총 판매금액 1,000억 원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성장기 스타트업들도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기준이다.

보고서는 "거래 규모가 1,000억 원을 넘어서더라도 실질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자생력을 갖추기도 전에 쏟아지는 과도한 의무는 스타트업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경영 리소스를 마비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규제 준수 비용도 문제다. 대형 플랫폼에게는 관리 가능한 '비용'이지만, 스타트업에게는 제품 고도화나 서비스 개선에 투입해야 할 한정된 자원을 행정적 대응에 먼저 소진해야 하는 '생존의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호'의 명분이 '거래 경직화'로

수수료 규제와 정산 주기 단축 등도 논란이다. 보고서는 미국 뉴욕시의 배달 플랫폼 수수료 상한제 사례를 들어 "규제 후 플랫폼이 소비자 요금을 올리면서 평균 주문 금액이 약 4.49달러 상승했고, 전체 주문량은 3.37% 감소했다"며 "보호의 명분이 오히려 소비자와 입점업체 모두에게 피해를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산 주기 단축 역시 서비스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라는 비판이다. 여행 플랫폼의 경우 예약과 실제 여행 간 시차가 크고, 핸드메이드 플랫폼은 제작 기간이 필요하며, 중소 이커머스는 외부 결제대행사(PG) 정산 주기에 의존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마다 적정 정산 시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AI 시대 디지털 경쟁력 약화 우려

보고서는 AI 시대 플랫폼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글로벌 AI 경쟁의 승부처가 원천 기술을 넘어 실질적인 응용 서비스로 옮겨가는 지금, 국내 플랫폼이 축적해온 방대한 데이터와 이용자 접점은 대체 불가능한 국가적 자원"이라며 "규제 일변도의 접근은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주권 약화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모든 문제를 규제로 해결하려는 관성에서 벗어나, 산업의 역동성을 해치지 않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며 "단일 사건에 대한 단기적 처방을 넘어, 우리 플랫폼 생태계가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진흥'과 '책임'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기업 규모와 위험도에 따른 단계적 적용, 유예기간 설정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고려한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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