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월 22일 거짓 정보를 유통하며 탈세를 일삼아 온 유튜버 16개 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다. 악성 사이버 레커 3개, 부동산·세무 분야 유튜버 7개, 허위·부적절 콘텐츠 유포 유튜버 6개가 조사 선상에 올랐다. 탈루 혐의 금액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민들이 월평균 19억 시간을 유튜브에 쏟아붓는 시대다. 모바일 앱 사용 시간 1위로, 2위 카카오톡(5.4억 시간)을 압도적으로 제치는 수치다. 유튜버는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상위권에도 자리했다. 그만큼 유튜브 콘텐츠는 국민 일상 속 가장 강력한 정보 채널이 됐다.
그러나 이 거대한 플랫폼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대중의 시선을 끌 수만 있다면 비윤리적인 콘텐츠도 상관없다'는 왜곡된 수익 논리가 팽배해졌고, 일부 유튜버들은 거짓 정보로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세금 납부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억대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는 2021년 2449명에서 2년 만에 4000명으로 1.6배 급증한 반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탈세로 적발된 유튜버 67명에게는 236억원이 부과됐다.
슈퍼카에 명품…세금만 '0원'이었다
이번 조사 대상자들의 탈세 수법은 허술함을 넘어 치밀하고 대담했다.
사이버 레커 유형의 A씨는 얼굴을 감춘 채 유명인의 사생활을 소재로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패륜 콘텐츠'를 양산하며 구글 외환 수익과 국내 광고·후원금을 장부에서 통째로 누락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친인척 명의는 물론 무단 수집한 불특정 다수의 인적 사항을 도용해 용역을 제공받은 것처럼 허위 신고했다. 자신의 불법 행위에 따른 고소·고발 소송비와 벌과금까지 '업무 관련 비용'으로 당당히 경비 처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탈루한 소득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렸다가 폐업하면서 받은 권리금조차 신고하지 않았다.
부동산 전문 유튜버 B씨의 경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을 벗어나면 법인세가 전액 감면된다는 허점을 노려 경기도 외곽의 방송이 불가능한 한 평 남짓한 공유 사무실을 사업장으로 등록한 사실이 적발됐다. 실제 방송과 사업은 다른 곳에서 하면서 서류상 주소지만 이전한 전형적인 '위장 사무실' 수법이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구독료와 강의료 수입은 배우자 명의 사업장으로 분산해 누진 소득세율을 낮추고, 투자정보 제공 서비스 매출은 면세 대상인 잡지 구독료로 위장 신고해 부가가치세까지 탈루했다. 고급 호텔, 백화점 쇼핑, 자녀 학원비는 법인카드 결제분으로 처리했다.
AI를 악용해 허위·과장 의료광고로 환자를 유치한 의사 유튜버 C씨의 수법도 대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광고대행업체에 광고비를 과다 지급해 영업비용을 부풀린 뒤, 가족 지분 100%인 특수관계법인과 배우자를 통해 이 돈을 다시 되돌려 받는 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실제 근무하지 않는 부모에게 인건비를 지급해 경비를 과다 계상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다른 조사 대상자는 협찬·광고 수익과 시청자 후원금을 차명계좌로 받아 전액 신고를 누락한 후, 이를 재원으로 고가 명품과 수억 원대 슈퍼카를 사들이며 온라인에서 부를 과시해왔다.
"사실상 부동산 리딩방"…여론 반응은 '속 시원하다'
이번 조치에 대한 대외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온라인 댓글 여론에서는 "사실상 부동산 리딩방 운영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쏟아지며 뒤늦은 단속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금 회피를 가르쳐온 유튜버가 정작 탈세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이중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전문가들은 거짓 정보 유통이 단순한 조회 수 경쟁을 넘어 여론 형성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탈세는 공평 과세 원칙을 위배해 성실 납세자들의 불만을 키운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한편 국세청은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탈루 혐의의 구체성과 콘텐츠의 사회적 해악성에 있다는 점을 밝혔다.
"후원금까지 털겠다"…국세청, 금융 추적 강화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개인 후원금 등 비가시적 수익까지 금융 추적으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자는 물론 관련인까지 폭넓게 점검하며, 조세범칙행위가 확인되면 예외 없이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유튜버의 경우 세무사법 위반 여부까지 별도로 들여다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온라인 미디어 공공성 회복'이라는 국정과제와 연계해 추진됐음을 강조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1인 미디어 시장 전반에 재확인하고, 유해 콘텐츠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이겠다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조회 수로 수백억을 거머쥐면서 납세의 의무는 남의 일로 여겨온 유튜버들에게, 국세청의 이번 칼날이 어디까지 닿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