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ETF 자산규모, 해외 상품 추월하며 우위 올라
‘국장 유턴’ 지원책 RIA, 국회 계류로 도입 시기 불투명
한국 증시가 유례없는 초강세장을 연출하며 코스피 6000 시대를 열자 미국 시장에 집중되던 개인 투자자들의 자본이 국내로 회귀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 폭등과 더불어 절세 혜택을 노린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는 반면,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정부의 핵심 정책 도입은 지연되며 시장의 과제로 남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매매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상장 주식 가치는 약 1327조우너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30%를 넘어섰다.
코스피 지수가 6300선을 뚫고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 결과 지난달 하순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07조원을 상회했고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개를 가뿐히 넘겼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또한 31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식 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서학개미’의 귀환과 국내 금융상품의 흥행
반면 영원할 것 같았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은 다소 진정되는 국면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결과 2월 하순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규모는 전월대비 31억 달러가량 감소한 1649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상 최고치였던 고점과 비교하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자금의 이동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의 순자산은 약 162조원으로 해외 주식형 상품을 50조원 이상 앞질렀다. 불과 1년 전 해외 상품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것과 완벽히 상반되는 결과다.
더불어 절세 혜택을 제공하는 중개형 ISA 역시 국내증시 호황에 힘입어 출시 10년 만에 총 가입금액 50조원을 거뜬히 돌파하며 국민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이처럼 한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자본 유치를 가속할 정부의 핵심 제도는 입법 지연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다.
해외 주식 처분 자금을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당초 1분기 내 시행을 목표로 했으나 2월 임시국회 일정 차질과 상임위 소위 취소 등이 겹치며 조기 도입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도 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초 논의됐던 1분기 복귀 시 양도세 100% 전액 감면 혜택은 전용 구간이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나아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권 일정까지 겹치면서 제도의 본격적인 가동 시기가 하반기 이후로 밀리거나 연내 시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입법 공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기회비용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 감면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자금 이동과 매수 시점을 늦춰온 투자자들은 최근 코스피의 폭발적인 상승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되는 결과를 맞았다.
아울러 제도 출범 시기에 맞춰 선제적으로 전산망을 개편하고 마케팅 자금을 쏟아부은 증권업계 역시 정책 지연으로 인한 매몰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