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중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임금제 금지·노동시간 기록 의무와 함께 실근로시간 단축 패키지의 핵심 축이다. 워라밸을 최우선 직장 가치로 꼽는 MZ세대 직장인에게 이 입법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업무보고에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 입법 과제는 세 가지다. 포괄임금제 오남용 금지, 노동시간 측정·기록 의무화,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제화. 모두 2026년 상반기 입법을 목표로 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 수당을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급여에 일괄 포함해 지급하는 계약 방식이다. 공짜 야근의 구조적 원인으로 꼽혀왔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허용 요건을 명확히 하고 오남용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 및 노동시간 기록·관리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지난 2월 13일 김주영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실근로시간단축지원법 제정안에 담긴다. 퇴근 후 업무 지시나 연락에 응답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권리를 법률로 명시하는 내용이다. 1월 28일 박해철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국회 처리 일정은 미정이다.
직장인 66%, 퇴근 후에도 업무 연락
법 추진 배경에는 뚜렷한 현실이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25년 10월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최근 1년 동안 퇴근 이후나 주말·공휴일·휴가 중 업무 관련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연락 빈도는 월 1~3회(21.2%), 주 1~2회(20.6%) 순이었으며, 밤 10시 이후 연락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0.8%에 달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를 포괄임금제 구조와 "퇴근 후에도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조직 문화가 결합된 결과로 분석했다.
메신저의 '읽음' 표시나 온라인 상태 확인 기능이 사실상 상시 감시 장치로 작동하면서,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라밸 1순위인데, 끊지 못하는 이유
이 입법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MZ세대의 직장 가치관과 현실의 충돌이 있다. 잡코리아가 2025년 20~40대 직장인 12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워라밸은 직장 내 추구 가치 1위(50.3%)를 차지했다. 2030세대는 과반이 워라밸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의 2024년 상반기 청년층 채용동향조사에서도 청년 63%가 임금보다 워라밸을 더 중시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번 입법의 직접적 계기 중 하나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포괄임금제 계약 하에 주 80시간을 넘게 일하다 숨진 20대 노동자의 사망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부터 IT·소프트웨어·영상·콘텐츠·음식·숙박 등 MZ세대 노동자가 밀집한 사업장 100곳을 대상으로 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에 착수했다. 실제로 연장·야간·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지를 불시에 점검하는 방식이다.
메신저의 '읽음' 표시나 온라인 상태 확인 기능이 상시 감시 장치로 작동하는 구조에서, 저연차 직장인일수록 퇴근 후 연락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은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다.
인센티브 방식, 실효성 논란
법의 설계 방식이 관건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위반 사업장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지키는 사업장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강제 규정 없이 자율 이행에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2016년 50인 이상 기업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단체교섭 항목으로 의무 포함하도록 법제화한 바 있다. 한국이 검토 중인 인센티브 모델보다 구속력이 높은 방식이었음에도 현장 정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강제력 없는 인센티브 설계로는 실제 직장 문화를 바꾸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미 제기되고 있다.
아직은 입법 추진 중
이 법들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발의 단계이며 국회 처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상반기 제정을 목표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현장 적용까지는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