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시 오남읍에서 20대 여성이 과거 사실혼 관계였던 40대 남성에게 숨졌다. 가해자는 다른 성폭력 범죄로 이미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고, 피해자에 대한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 중이었다. 가정폭력처벌법상 임시조치 2·3호, 스토킹처벌법상 잠정조치 1·2·3호도 내려진 상태였다. 피해자는 그동안 총 6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다.
범행 직전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구조 요청을 보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이었다.
앞서 경기북부경찰청은 2월 27일 구리경찰서를 사건 책임관서로 지정하고 구속영장 신청 및 잠정조치 4호 검토를 지휘했다. 하지만 실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경찰 측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면 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었다"고 해명했다. 피해자가 차량에서 가해자가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장치를 발견해 신고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같은 패턴, 반복되는 결말
지난해 5월 동탄에서는 9차례 신고한 피해자가 납치·살해됐다. 당시에도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하고도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7월에는 의정부와 대전에서도 신고 이력이 있는 피해자들이 각각 피해를 당했다.
한국여성의전화 '2026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37명이다. 자녀·부모·친구 등 주변인까지 합산하면 673명으로 전년 대비 23명 늘었다. 이 가운데 경찰 신고와 보호조치가 이뤄졌음에도 피해를 당한 경우가 최소 86명, 전체의 12.8%다. 현재 한국에서는 최소 22.5시간마다 여성 1명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 위험에 처한다.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 필요"
3월 17일 기자회견에 나선 여성·시민단체들은 가해자 구속 등 적극적 분리 조치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현행 보호 대책이 피해자 중심으로만 설계돼 있어 가해자 행동을 선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법무부가 추진 중인 스토킹처벌법 개정 방식으로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전반을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체들은 가정폭력처벌법 전면 개정을 통한 포괄 입법과 범정부 종합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관계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고 지적하며 책임자 감찰과 엄정 조치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 연동 강화, 가해자 위치정보 신속 파악,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 검토도 함께 주문했다. 경찰청은 같은 날 즉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자발찌는 법무부가, 피해자 스마트워치는 경찰이 각각 관리하는 구조라 두 장치가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로 지적됐다. 단체들은 문책 외에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같은 상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