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에게 차량과 휴대전화는 일상을 지탱하는 도구다. 그런데 이 일상의 도구가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 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지난 3월 발생한 스토킹 살인 사건은 1인가구 안전 문제에 새로운 경고를 던졌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해자가 피해 여성의 차량 유리창을 파손한 뒤 살해한 이 사건의 이면에는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한 장기간의 감시가 있었다.
가해자와 공범들은 2025년 6월부터 범행 직전까지 피해 여성 차량 피해자 어머니 차량, 지인 차량 등 총 5개의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NARS 현안분석' 제423호에 따르면,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 경찰에 6차례 신고했지만 위치추적장치 신고는 한 달 가까이 방치됐다.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더 위험하다
혼자 사는 여성일수록 결별 후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동거하는 가족이나 룸메이트가 없으면 일상적 동선을 지켜봐 줄 사람도, 위협을 즉시 알아챌 사람도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위치추적이 단순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분리 이후의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스토킹 수단"이라고 짚었다.
1인가구는 분리 이후에도 혼자 이사하고 혼자 일상을 재건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많아, 가해자의 위치추적이 곧바로 은신과 탈출 가능성을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GPS 장치나 위치추적 앱을 통해 본인 또는 동거인·가족의 위치를 강제로 확인당한 피해 경험이 21.0%에 달했다. 1인가구 비중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매개 학대는 더 이상 일부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법은 GPS 추적을 스토킹으로 보지 않는다
문제는 현행법이 이런 위험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접근·따라다니기, 물건 부착, 개인정보 게시 등 7개 유형을 열거하고 있지만, 동의 없이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행위 자체를 직접 규율하는 조항은 없다.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행위가 '지켜보는 행위'나 '물건을 두는 행위'로 해석돼 처벌된 판례는 있지만, 법원의 해석에 의존하는 구조다 보니 수사기관의 선제적 개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위치정보법으로 처벌하는 경우도 한계가 뚜렷하다. 이 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공포심을 유발한다는 스토킹의 본질적 위험성을 담아내지 못한다.
또한 위치정보법 위반만으로는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를 발동할 근거가 생기지 않아, 피해자는 즉각적인 보호 수단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위치추적을 반복해도 스토킹 전과가 쌓이지 않으니 향후 가중처벌의 근거도 형성되지 않는 구조적 허점이 남는다.
가정폭력처벌법 역시 빈틈이 있다. 이 법이 정의하는 가정폭력범죄 목록에는 스토킹 행위가 포함되지 않는다. 2018년 서울 강서구에서 전 배우자가 GPS 장치를 몰래 부착해 6번이나 이사한 피해자를 끝내 찾아내 살해한 사건이 이미 이러한 공백의 위험성을 보여줬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련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독자적 위험으로 다룬다
해외에서는 이미 위치추적을 독자적인 스토킹 위험 요소로 다루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2024년 법 개정을 통해 스토킹 정의에 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추적 행위를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GPS 트래커나 에어태그 등을 가정폭력·스토킹 범죄에 활용한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
영국은 접근금지명령 위반을 '고위험 치명성 지표'로 간주해, 위반이 확인되는 즉시 24시간 동선 감시가 가능한 전자장치 부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법 개정, 어떻게 돼야 할까
이같은 문제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제1호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전자적 수단을 이용하여 위치정보를 수집·추적·감시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 특정 기술명을 나열하기보다 GPS 추적기, 스마트태그,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 등을 포괄하는 기술중립적 표현을 쓰는 방안이다. 다만 가족 간 명시적 동의에 따른 위치공유나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안전확인까지 처벌 대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말했다.
이 밖에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폭력범죄 정의에 스토킹처벌법 위반죄를 포함시키는 방안, 가정폭력 사건에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잠정조치나 임시조치 위반이 확인되면 법원이 즉시 더 강력한 보호조치를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추가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안전은 결국 스스로 챙겨야 할 몫으로 떠넘겨지기 쉽다. 그러나 위치추적장치처럼 기술을 매개로 한 위협은 개인이 알아채기도, 막아내기도 어렵다. 법이 이를 명확한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 한, 신고와 보호조치 사이의 골든타임은 계속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