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개의 블랙웰(Blackwell) GPU 기반 ‘AI 팩토리’ 구축...데이터 주권 확보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AI 반도체 선두주자인 엔비디아(NVIDIA)와 손을 잡고 자율주행 및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 3월 17일 공개된 이번 협력은 단순히 부품을 공급받는 관계를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의 ‘두뇌’에 해당하는 통합 아키텍처를 공동 설계하고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하이페리온’ 도입, SDV 전환의 기폭제
이번 협력의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인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을 전면 도입하기로 한 점이다. 하이페리온은 고성능 컴퓨팅 유닛과 센서, 카메라 등을 통합한 표준 설계 구조다.
그간 자동차 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파편화된 제어기’ 구조를 하나로 묶는 통합 아키텍처를 구축함으로써, 현대차그룹은 차량 기능을 스마트폰처럼 실시간 업데이트(OTA)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SDV 구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특히 이번 협력을 통해 레벨 2 이상의 양산차 기술부터 모셔널(Motional)을 통한 레벨 4 로보택시까지 아우르는 단일 아키텍처를 확보하게 됐다.
5만개 ‘블랙웰’ GPU 투입...‘데이터 주권’ 지킨다
주목할 점은 현대차그룹의 기술 내재화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Blackwell)’ GPU 5만개를 활용한 거대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자리에서 5만개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테슬라가 주도해온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학습 모델’에 대응하는 현대차만의 반격 카드로 해석된다. 전 세계 실도로 데이터를 엔비디아의 강력한 AI 인프라로 정제·학습시켜, 기술의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적인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완성차-빅테크 ‘합종연횡’...성패 가른 키워드는 ‘통제권’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빅테크와 연합하거나 대립하며 생존 전략을 짜고 있다.
먼저 폭스바겐 그룹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Rivian)과 손을 잡고 58억 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체 소프트웨어 조직인 카리아드(CARIAD)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리비안의 검증된 아키텍처를 전수받는 전략이다. 양사는 2026년 1분기부터 기술 통합 성과 검증 단계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복잡한 조직 구조로 인한 최적화 지연 가능성이 남아있다.
GM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MS의 애저(Azure) 인프라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검증 주기를 단축하고 AI 비서를 탑재하는 등 사용자 경험 고도화에 주력 중이다. 반면 토요타는 가장 보수적이면서도 강력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소프트웨어 자회사 '우븐 바이 토요타'가 개발한 자체 OS '아린(Arene)'을 2026년형 양산차에 처음으로 탑재하며,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한 소프트웨어 독립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글로벌 구도 속에서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실용성 있는 기술 자립’으로 요약된다. 테슬라처럼 모든 것을 밑바닥부터 만드는 고비용 구조를 피하면서도, 폭스바겐처럼 아키텍처 자체를 외부에 맡기지 않는 방식이다. 엔비디아의 검증된 하드웨어 표준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되, 그 위에서 구동되는 AI 모델과 학습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직접 소유함으로써 데이터 주권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