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업데이트 기반의 상시 성능 최적화 구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전용 OS 및 플랫폼 경쟁
기계 장치의 결합체였던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재정의되고 있다. 엔진의 출력이나 변속기의 효율 같은 물리적 성능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의 처리 속도와 연결성이 차량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같은 흐름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Software Defind Vehicle)’가 꼽힌다.
SDV는 차량의 주요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과거의 자동차는 창문 제어, 브레이크 작동 등 개별 기능마다 독립된 제어기(ECU)가 분산돼 있어 기능을 수정하려면 부품 자체를 바꿔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의 자동차 설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수의 고성능 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총괄하는 ‘중앙 집중형 아키텍처’로 전환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해 개발함으로써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로 차량의 성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조사별 차별화된 SDV 확보 전략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볼보자동차는 최근 S&P 글로벌 모빌리티의 SDV 역량평가에서 전 세계 제조사 중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레벨5’를 획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체 개발한 통합 시스템인 ‘휴긴 코어’를 통해 전기 아키텍처와 코어 컴퓨터를 하나로 묶어 무선 업데이트(OTA) 효율을 극대화한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2028년 SDV 양산을 목표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대차는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를 통합한 독자 OS 개발은 물론,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집안 가전을 제어하는 ‘카투홈’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생활 플랫폼으로의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토요타 또한 소프트웨어 자회사 우븐 바이 토요타를 통해 개발한 통합 플랫폼 ‘아린’을 차세대 모델에 적용하며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SDV로의 전환은 단순 기능 개선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차량 출고 이후에도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비티 기능을 구독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제조사는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소비자 역시 차량을 교체하지 않고도 최신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새 차 같은 경험’이 가능해진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를 앞세워 자동차 운영체제 시장의 표준 선점에 나섰다. 기존 AAOS가 차량 내 디스플레이와 앱 생태계를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중심의 플랫폼이었다면 최근 공개된 AAOS SDV는 그 범위를 차량 전체 시스템으로 확장한 것이 핵심이다.
구글은 이를 오픈소스로 전환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통 인프라 개발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각자의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가상화 기술을 통해 소프트웨어 도메인을 분리하거나 베어메탈에 직접 배포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춰 자동차를 하나의 분산형 AI 컴퓨팅 노드로 진화시키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